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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생태관광지 꿈꾼다
  • 작성일2004-09-06
  • 작성자 /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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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를 일본의 후지산이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맞먹는 자연생태 관광지로 가꾸어 갈 수 있을까. 길이 248㎞, 폭 4㎞, 면적 2억7200만평, DMZ는 세계적으로 드문 중요한 생태자원이다. 강화 김포 파주 등지의 서부권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는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한 희귀종과 개리 등 천연기념물 13종이 확인됐다. 고라니와 같은 국제 보호 동물과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도 다수 발견됐다.
철원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부권은 청둥오리, 독수리 등의 야생조류와 두루미의 월동지이고, 동해안과 산악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동부권 역시 희귀 동식물과 멸종 위기 동식물의 보고다. 이를 어떻게 보존, 관리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유용하게 할 것인가.
생태자원은 인간이 굳이 이용하지 않고, 보존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다.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얼마만큼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이 가치는 삶의 질이 높을수록 커진다.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단기적인 개발 이익을 얻기보다 보존하는 것이 낫다며 여기에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커지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DMZ를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한다거나, 한국관광공사가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것도 이에 근거한 것으로, 개발을 통한 당장의 편익보다 보존 가치를 앞세운 것이다. 불행한 현대사를 대가로 얻은 야생 동식물의 보고를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보존하는 것과 이용하는 것을 굳이 대립하는 개념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DMZ를 이용하는 것과 관련한 주요 구상으로는 한국관광공사가 오는 12월을 시한으로 서울대 조경학과 환경생태계획연구실에 용역을 맡긴 \\\'DMZ 접경지역 평화관광벨트 개발 기본구상\\\'이 있다. DMZ와 접경지의 난개발을 사전에 막고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되 평화관광벨트로 통합해 관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지역을 잘 보존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경우 일본의 후지산,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맞먹는 관광지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관광공사측의 설명이다.
생태관광, 평화관광은 기존의 대중관광이 환경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강해지자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생태계의 조화를 꾀하는, 보전적 대안관광의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간섭을 덜 받은 자연지역에 대해 자연 보전성을 증대시키고 환경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여행을 하면서, 자연과 그 주변의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즐기자는 것이다. 여행자가 지역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사회경제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도 생태관광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다.
\\\'DMZ 접경지역 평화관광벨트 개발 기본구상\\\' 착수 보고서에 따르면 구상의 핵심은 이 지역에 대한 생태관광 루트를 만들고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부권의 파주, 중부권의 철원, 동부권의 고성을 거점으로 이미 개발되고 있는 기존의 생태 관련 이벤트를 활성화하는 것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이에 앞서 이 지역을 둘러싼 국내외 정치, 경제, 문화, 제도적 환경과 생태자원, 인문 및 사회 문화자원의 현황 조사, 분석이 선행돼야 하며,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향상 계획이 수립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문제는 개발과 보존을 양립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생태 운동가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용어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생태환경을 적절히 관리하되, 환경과 자원이 지속가능한 한도 안에서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역을 개발하기 전, 인문적인 요소까지 포함한 생태환경 프로필을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관광루트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MZ의 평화적, 생태적 이용과 관련해 최근의 제안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DMZ 내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자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손기웅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5월 제11차 DMZ 학술대회에서 제시한 이 방안은 남북한이 DMZ에 가지고 있는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적 이해관계와 국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실천성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을 핵으로 한다. 이 방안이야말로 남북한 모두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평화 유지 방안일뿐만 아니라, 환경보호활동의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문화일보/김종락 기자 jrkim@munhw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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