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국립수목원 웹진
메인홈으로 이전호 보기
테마기획
  • 국립수목원장인터뷰
  • 10월의 열대식물
  • 육림호수 터주대감, 잉어
육림호수 터주대감, 잉어
국

립수목원 육림호수는 1968~1969년 사이에 만들어진 인공사력 호수로 이곳 광릉지역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시절 목공실 운영과 양묘장(현 관상수원 자리, 1915년 최초 국립양묘장)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시설을 겸하고, 지금의 통나무집 자리에 있던 전국 산림공무원 교육장에 불(약 60㎾)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이 느껴지는 곳으로 개살구와 벚꽃이 호수에 잠기면 봄이 짙었음을 알리고, 연못가 노란꽃창포가 호수에 어우러지면 초여름이, 통나무집 당당풍이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호숫가 나무다리에 걸쳐 앉으면 가을 속으로 폭 접어들었음을 짐작하게 하며, 소리봉 서어나무 가지사이로 하얀 눈발이 날려 호수에 살짝 언 얼음위에 언치면 광릉의 매서운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계절의 변화를 통해 새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사계절의 육림호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듯 육림호수는 주변 풍광이 너무 좋아 통나무집 아래에 계단(현재까지 존재)을 설치하고 여기에 호수 1/3까지 나아갈 수 있는 데크를 만들어 호수물을 아주 가까이서 만져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1980년 5월 그 끝에 가로세로 3m, 높이 2m의 가두리를 설치하여 중순 즈음 경기도 청평 내수면연구소에서 15만수의 물고기를 분양받아 길렀던 곳이다. 그러나 1982년 장마에 나무가 떠내려 오면서 그 끝에 설치한 잉어사육용 가두리도 함께 떠내려갔고, 가두리에 기르던 잉어도 자연 방생하게 되었다.
이 잉어사육용 가두리는 육림호수 물이 매우 맑고 깨끗하고 차기 때문에 그 당시 많은 붐이 일던 향어, 초어, 비단잉어, 잉어를 같이 기르면 어떤 어종이 잘 자라는 가를 살피려 했던 것이다. 가두리에서 아침 일찍 먹이를 주어 기르던 물고기들이 이제 막 육림호수의 차거운 물에 적응했을 무렵 뜻하지 않은 수해로 자연 방사되어 일부는 육림호수에 남고 일부는 여수로를 통해 봉선사천을 거처 왕숙천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다. 왕숙천 다리아래(현 광릉내 삼거리)에서는 뜻하지 않은 횡재(낚시로 잉어를 낚음)로 한때 낚시를 즐기는 매니아들이 주말이면 왕숙천 다리 밑에 장사진을 치기도 하였다.
1981년 당시 육림호수 , 2012년 9월 현재 육림호수
어떤 때는 육림호의 수리를 위해 수위조절용 수문을 연사이 많은 잉어들이 밖으로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져 당시 중부지장 전 직원을 동원하여 탈출한 잉어들을 다시 붙잡아 넣는 일도 일어났다. 이런 일들은 간혹 육림호 수문을 열 즈음이면 의례 행사처럼 이뤄졌는데, 몇차례 이런 소동이 일어난 후 베테랑(?) 만이 남은 육림호 잉어가족은 이제는 물을 빼면 어딘가 숨어 있다가 물을 다시 채우면 버젓이 나타나곤 했다. 아마도 많은 물빼는 훈련에 익숙해졌나보다.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육림관에 계시던 직원(고 임병일)이 밥을 줄때마다 손벽을 쳐서 고기를 부르고 밥을 주는 덕에 물고기들이 익숙해져 언제나 손벽을 치면 멀리 있던 물고기들도 떼를 이뤄 모여 먹이를 기다리는데, 이 모습이 육림호수의 맑은 수면과 소리봉의 숲이 물속에 잠겨 하나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였다.
육림호수의 잉어들

한편 육림호수에 기르던 고기들이 제법 커져서 향어나 초어의 경우 마리당 2㎏이 족히 나갈 정도여서 제법 어종에 따라 특성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 중 초어는 다른 새끼(치어)를 포식한다하여 낚시와 공기총을 이용하여 퇴출시켜 안정적으로 남은 어종이 자연번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를 기해 육림호수에 잉어, 향어, 붕어가 많다는 소문에 밤 낚시꾼이 물래 들어와 낚시를 하여 물고기를 잡아내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기에 현 보존과장과 함께 몇 몇이 날을 정해 매복을 하여 담을 넘어 들어와 낚시를 하던 일당 3명을 붙들어 혼내고 훈방한일도 있었다.

오늘 이 고기들도 30년을 넘게 살고 있으며, 이렇게 잉어가 오래 묵으면 밥(먹이)을 주는 사람의 얼굴을 닮는다 했던가? 그래서 인지 호수의 잉어들도 사람 얼굴(人面)을 닮은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수난과 고난(?)을 겪고 자란 육림호의 몇 안남은 잉어가족들은 이제 어엿한 육림호수의 주인이며, 국립수목원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나이가 많으나 후대를 이어줄 자손(?)이 없는 것이 걱정이며, 번식을 한다 해도 잦은 장맛비로 호수의 물이 넘쳐 흘러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