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19
생활속
지의류이야기
대기오염 신호등 가루지의류
 
도심을 벗어나 숲의 나무 또는 마을 담벼락을 보면 페인트가 흘러 내린 듯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 1). 이는 먼지지의류(dust lichens)라는 별칭을 가진 가루지의속(Genus Lepraria)으로, 고운 가루로 되어 있는 지의체가 빗물과 함께 흘러 기물에 정착하기 때문이다. 가루지의속은 분포역이 넓어 온대지역부터 열대지역, 고산지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토양, 바위, 이끼, 나무, 심지어 다른 지의류 위에 자라기도 하며 대부분 비와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되는 장소를 선호한다
Lepraria cupressicola
Lepraria cupressicola
Lepraria pallida
Lepraria lobificans
그림 . 가루지의속의 생태사진.
이 속에 속하는 종들은 육안으로는 뚜렷한 형태적 특징을 구분하기 어렵고 자실체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이차대사산물(二次代謝産物, secondary metabolites)이 동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가루지의속에서 확인되는 이차대사산물인 지의산(地衣酸, lichen acid)은 8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데 몇몇 지의산은 대기오염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도록 작용한다. 예를 들어 이들의 세포벽에 특정 지의산이 코팅되면 소수성이 높아지는데, 지의체의 특수한 표면 구조까지 더해져 빗물이 지의체에 침투하지 못하게 된다(그림 2). 이는 다른 지의류와 달리 피층이 없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약한 가루지의속이 빗물에 녹아있는 대기오염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작으로 보인다
비에 젖은 수피와 젖지 않은 가루지의
흡수되지 않고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
산업화 이후에 증가한 대기오염원이 빗물에 녹아 지의체 내부로 침투하는 것이 일부 차단되기 때문에 가루지의속은 다른 지의류에 비해 대기오염에 대한 내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비로부터 어느정도 보호되기 때문에 미소 서식 환경이 조성되기도 하는데, 현미경 관찰을 통해 간혹 애알락명주잠자리 유충(이끼개미귀신)이 숨어있는 것이 발견되며, 그들이 지의체를 뜯어 의태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끼개미귀신이란 별칭으로 보아 지의류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그림 3). 일반적으로 빗물에 녹아있는 SO2가 지의체에 흡수되면 황화합물이 생성되고 공생 조류의 광합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종마다 환경 요인에 대한 대처법 또는 민감도가 다르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지의류는 대기오염 지표종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 각 나라의 환경 요인이 달라짐에 따라 지표종 선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특정 조건에서 제한적으로 출현하는 종이 지표종으로써 선호도가 높아지게 된다.
애알락명주잠자리(이끼개미귀신) 유충
이끼가 아닌 가루지의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epraria incana (L.) Ach.는 가루지의속을 대표하는 종이면서 많은 국가에서 대기오염 지표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약 74종이 보고된 가운데 17종이 보고되어있는 만큼 가루지의속은 한국 대기오염 지표종 선정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1. SAAG L, SAAG A, Randlane T. (2009). World survey of the genus Lepraria (Stereocaulaceae, lichenized Ascomycota). The Lichenologist, 41(1): 25-60.

2. Hauck M, Jürgens SR, Brinkmann M, Herminghaus S. (2008). Surface hydrophobicity causes SO2 tolerance in lichens. Ann Bot. 101(4): 531‐539.

3.Joshi Y, Wang X, Koh Y, Hur JS. (2010). The lichen genus Lepraria (Stereocaulaceae) in South Korea. Mycotaxon. 112: 201-217.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석사후연구원 우정재     박사후연구원 박정신     임업연구사 오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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