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20
외생균근
버섯이야기
모래를 품은 버섯
 
오늘은 “모래를 품은 버섯”이라는 주제로 외생균근성버섯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와 함께 살아가는 버섯으로는 송이(Tricholoma matsutake (S. Ito & S. Imai) Singer)가 잘 알려져 있지만 모래밭버섯 또한 소나무속과 공생하는 외생균근성 버섯입니다. 모래밭버섯의 학명은 Pisolithus tinctorius (Pers.) Coker & Couch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Pisolithus arhizus (Scop.) Rauschert의 이명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이 버섯은 소나무속, 참나무속 그리고 삼나무속 등과 관련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해송으로도 잘 알려진 곰솔(Pinus thunbergii Parl.) 근처에서도 쉽게 관찰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땅에 놓인 감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래밭버섯은 뚜렷한 외부 특징이 없어 쉽게 지나칠 수도 있으나 이 버섯의 속을 보면 그 신비함에 한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왜 모래밭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해송 근처에서 발생한 모래밭버섯
바위를 뚫고 발생한 모래밭버섯
모래밭버섯의 균사속
모래밭버섯의 절단면
모래밭버섯의 속명인 Pisolithus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Piso-’는 완두콩을, ‘lithos’는 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완두콩 모양의 돌 같은 버섯’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버섯의 단면을 보면 마치 모래가 층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모래밭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래밭버섯의 속을 보면 모래와 같은 작은 알갱이들이 버섯의 속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소 어린 자실체에서 쉽게 관찰 할 수 있으며 성숙한 버섯은 알갱이들이 사라지고 경계가 없이 포자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런 ‘포자화’는 버섯의 위쪽부터 진행되며 결국 외피막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갈색의 포자들이 드러나 바람에 날리게 됩니다.

모래밭버섯의 자실체는 주로 타원형이며 간혹 한쪽 부분이 함몰되어 자라기도 하고 기부는 가늘며 황색의 뿌리 같은 균사속이 있습니다. 주로 기주 수목 근처 땅 위에서 발생하며 간혹 얇은 바위의 틈을 뚫고 자실체를 발생시킬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모래밭버섯은 외국에서 흔히 ‘dead man’s foot (죽은 이의 발)’ 또는 ‘dye makers puffball (염색공 말불버섯)’이라고도 불립니다.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지만 이 버섯의 모양과 어두운색 때문에 땅에 묻힌 죽은 사람의 발이 땅 위로 올라온 것 처럼 보여 ‘dead man’s foot’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 버섯을 이용하여 주로 갈색이나 금색의 천연염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dye makers puffball’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버섯은 다양한 식물들과 공생관계를 맺기 때문에 배양을 통해 인공조림시 나무를 활착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최근에는 정원조성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속에 속하는 종들은 육안으로는 뚜렷한 형태적 특징을 구분하기 어렵고 자실체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이차대사산물(二次代謝産物, secondary metabolites)이 동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가루지의속에서 확인되는 이차대사산물인 지의산(地衣酸, lichen acid)은 8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데 몇몇 지의산은 대기오염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도록 작용한다. 예를 들어 이들의 세포벽에 특정 지의산이 코팅되면 소수성이 높아지는데, 지의체의 특수한 표면 구조까지 더해져 빗물이 지의체에 침투하지 못하게 된다(그림 2). 이는 다른 지의류와 달리 피층이 없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약한 가루지의속이 빗물에 녹아있는 대기오염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작으로 보인다
모래밭버섯에서 분리된 pisosterol의 분자구조 (Montenegro et al. 2004)
소나무류와 공생하는 버섯에는 송이, 까치버섯, 황소비단그물버섯 등 식용이 가능한 것들이 다수 있습니다. 모래밭버섯도 어린 자실체의 경우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명확한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며 독버섯이 포함되어 있는 어리알버섯속(Scleroderma spp.)과 유사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모래밭버섯에서 분리된 pisosterol은 종양의 생장을 강하게 억제하고 특히 백혈병과 흑색종양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Montenegro RC. et al. 2004; Chang ST & Miles PG. 2004).

오늘은 여러분의 호기심과 관찰력을 높여 줄 수 있는 모래밭버섯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산림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외생균근성 버섯에 대해서 앞으로도 좋은 정보를 드릴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국가표준버섯목록, 산림청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

2. Montenegro RC. et al. (2004). Cytotoxic activity of pisosterol, a triterpene isolated from Pisolithus tinctorius (Mich.: Pers.) Coker & Couch, 1928. Zeitschrift für Naturforschung C, 59(7-8), 519-522.

3. Chang ST & Miles PG. (2004) Mushrooms cultivation, nutritional value, medicinal effect and environmental impact. 2nd Edn., CRC Press, Boca Raton, pp. 450.

4. Ragonezi C. et al. (2012). Pisolithus arhizus (Scop.) Rauschert improves growth of adventitious roots and acclimatization of in vitro regenerated plantlets of Pinus pinea L. Propagation of Ornamental Plants, 12(3), 139-147.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임업연구사 김창선     박사후연구원 조종원, 이현     석사후연구원 곽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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