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도서지역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이야기
대청부채
Iris dichotoma Pall.
대청도와 백령도에 자생하는 “대청부채”
대청부채(Iris dichotoma Pall.)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는 서해 5도 섬 지역의 비옥하고 햇빛이 잘 드는 바닷가 암석지에 주로 자생하며, 높이 90㎝에 이르는 붓꽃과(Iridaceae)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땅속줄기가 짧고 굵고, 줄기는 곧게 서며, 불규칙한 마디가 있습니다. 잎은 편평한 칼 모양으로 6~8장이 두 줄로 달려 손부채처럼 벌어지는 모양을 합니다. 분홍색을 띤 보라색 꽃은 8~9월에 줄기 끝에서 위를 향해 달립니다. 늦은 오후 3시 전후에 꽃을 피워내고, 밤 10시쯤에 꽃을 닫아 개화 시간은 짧으나 꽃이 피어있는 기간은 한 달 정도로 길어 관상 가치가 있습니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삭과(capsule, 朔果)로 익고, 종자는 검은색을 뜨입니다.
유래 및 분포
국명 대청부채는 대청도에서 1983년에 처음 발견되어 섬의 이름을 딴 ‘대청’과 잎이 부챗살처럼 넓게 퍼진다는 데서 ‘부채’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이명으로는 얼이범부채, 부채붓꽃,
대청붓꽃 등으로 불리며, 북한에서는 참부채붓꽃이라고 부릅니다. 속명 Iris는 그리스어로 무지개를 뜻하는 ‘이리스(Iris)’에서 유래되었으며, 붓꽃과 붓꽃속 식물을 지칭합니다. 종소명 dichotoma는 ‘두 갈래인, 차상 분지하는’이라는 뜻으로 꽃이 Y자로 갈라지는 꽃대 끝에 달린 모양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중국, 러시아, 몽골, 북한 등에 분포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었으나 1920년경 평안북도 벽동군에서 채집된 기록을 통하여 한반도에서도 분포하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북한의 북부지방에 자생하고 있으며, 650여 개체가 대청도와 백령도에 자생하고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편,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 순제가 태자 시절 대청도에 유배된 것을 들어 대청부채가 순제의 귀양살이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으로 식물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청도에서 군사시설 및 지뢰 매설·유실 지역을 제외한 자두리 해변 및 해안도로 옆 절벽 사면에 조사된 170여 개체가 군락을 이뤄 생육하고 있는 조사기록이 있으며, 출입금지지역을 포함한다면 더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산림청 희귀식물,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대청부채
지구적 수준에서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 인위적 훼손, 서식지 질 쇠퇴 등의 다양한 교란으로 인하여 매년 소실되는 종이 증가 하고 있는 추세로 보전전문가 네트워크 기관인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에서는 위협 정도에 따라 등급별로 세계 희귀·멸종위기생물을 목록화(Red Data Book)하여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멸종위기에 직면한 종에 대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IUCN은 2020년 지구상에 알려진 190만 종 중 16만 종의 평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0년 06월 기준 지구상에 알려진 190만종 중 약 6.1%에 해당하는 11만 6천 1백여 종이 평가되어 IUCN 적색목록(Red List)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식물 종의 문헌·표본 DB, 분포조사 및 기후자료 등 다수의 인자를 종합하여 희귀식물 대상종을 선발하였습니다. IUCN Red List Version 2.0(2001)에 따라 재평가하여 한국 희귀식물 목록집(2008)을 제정하였으며, 총 571 분류군(EW 4종, CR 144종, EN 122종, VU 119종, LC 70종, DD 112종)을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IUCN 적색목록(Red List) 평가 및 등재」 연구의 일환으로 섬시호, 조도만두나무 등을 포함한 총 54종을 IUCN 적색목록에 평가·등재하였습니다.
대청부채는 긴박한 미래에 자생지에서 극도로 높은 절멸 위험에 직면해 있는 멸종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에 지정되어 법적 보호를 받고 있으나 자생지에 대한 보호 대책은 딱히 마련돼있진 않습니다.
위협요인 및 보전방안
과거 대청도 삼각산 사면에 흔히 발견되었으나 등산로 주변 칡, 댕댕이덩굴 등 덩굴식물의 피복 및 산림 천이 과정 중 교목의 우점으로 인한 음지 발생 되고, 결실한 종자는 지면에 환삼덩굴, 돼지풀, 쑥, 도깨비바늘 등 번식이 왕성한 식물들에 의해 피복되어 있어 절벽 사면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대청도 내 대부분의 민가 정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원예용 도취(盜取), 외부 탐방객들로 인한 남획 등의 인위적 훼손이 심각한 실정이며, 방목 가축의 먹이로 이용되거나 군사 지역에 위치한 개체군은 방공호 축성 등으로 인해 서식지의 면적이나 질, 성숙 개체 수의 지속적인 쇠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청부채는 발아율이 높고, 영양 상태만 좋다면 비교적 결실률도 높은 것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적절한 종자 발아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알맞은 제초작업 시행 및 개체 보호를 위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현지 내 보전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한편, 국립수목원에서는 지역 개체군 일부 개체의 종자를 국립수목원 종자은행에 현지 외 보전하고 있으며, 2017년 천리포수목원에 의한 대체 자생지 조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비공개지역 2곳에 각각 1,000여 개체가 이식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문헌>
Korea National Arboretum. 2008. Rare Plants Data Book in Korea. GEOBOOK. Seoul, Korea. 332pp.
Korea National Arboretum. 2012. Rare Plants in Korea. Sumeunkil Publishing Co., Seoul, Korea. 412pp.
Korea National Arboretum. 2016. The Seed List in Seed Bank of Korea National Arboretum. Sumeunkil Publishing Co., Seoul, Korea. 104pp.
Korea National Arboretum, Korean Plant Specialist Grop. 2017. The Red List of vasular Plants in Korea updated 2018. DESIGNPOST, Goyang, Korea. 131pp.
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2. Red Data Book of Endangered Vascular Plants in Korea (5). Nature & Ecology, Seoul, Korea. 392pp.
Park, S.S. 2019. A study on the Design and Construction Possibility of Endangered and Korean Endemic Plants for Ecological Restoration of Expressway. Ph. D. Dissertation, Univ. of Jeonbuk, Jeonju, 165pp.
Zhao, Y.T., H.J. Noltie and B.F. Mathew. 2000. Iris Linnaeus. Flora of China 24: 297-312.
국립생물자원관, 대구대학교. 2010. 주요생물자원의 유전자 분석·연구 Ⅴ: ‘10 멸종위기생물종의 유전적 다양성 분석 및 분류학적 위치 재설정 연구 –단양쑥부쟁이, 대청부채, 진노랑상사화, 노랑붓꽃과 금붓꽃-. 최종보고서. 인천. 106pp.
국립수목원, 녹색연합. 2016. DMZ 생태문화지도 식물편. 애드밴, 서울. 169pp
문길진. 2017. 천리포수목원, 멸종위기 야생생물 대청부채 대체자생지 만든다. 충남일보. 2017.06.19. http://www.chungnam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281(2020.06.12.)
식물자원연구과
박사후연구원 김소담,문애라 석사후연구원 김휘민,염다빈 임업연구사 손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