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22
산림곤충
이야기
참나무의 불청객, 광릉긴나무좀
Platypus koryoensis (Murayama, 1930)
 
암브로시아(Ambrosia) 나무좀류인 광릉긴나무좀(Platypus koryoensis)은 참나무시들음병(oak wilt)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균(Raffaelea quercus-mongolicae)을 참나무류에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분포하는 참나무 수종들 중에서 참나무시들음병 피해가 가장 큰 수종은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로 알려져 있으며, 이 밖에도 다른 참나무류, 서어나무 등이다. 200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경기도 성남시에서 참나무류 집단 고사 현상이 발견되었고 현재는 전국으로 확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림 1).
그림 1. 광릉긴나무좀에 의한 산림 피해 모습
광릉긴나무좀(Platypus koryoensis)은 분류학적으로 딱정벌레목(Coleoptera) 긴나무좀과(Platypodidae) 긴나무좀아과(Platypodinae)에 속하는 한 종으로 몸은 원통이고 가늘고 갈색이다. 현재, 국내에는 긴나무좀과에 6종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더 크며, 수컷의 머리에는 점각이 많고 짧은 털이 많이 있으며 중앙에 세로줄 홈이 있다. 앞가슴등판의 바깥 가장자리가 허리선처럼 오목하고 후반부에 큰 점각이 많이 있다. 반면에 암컷은 머리에 4개의 줄과 점각의 세로줄 띠가 있으며 앞가슴등판의 뒤쪽에 원형의 함몰된 부분이 있고, 그 중앙에는 6개 내외의 곰팡이 주머니인 균낭(mycangia)이 있다. 암컷, 수컷 모두 딱지날개는 세로줄과 점각이 밀생하고 끝이 절단된 모양이나, 수컷의 딱지날개 끝부분이 뾰족하게 돌출되어있는 형태적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2).
그림 2. 광릉긴나무좀(좌 : 성충, 우 : 유충)
광릉긴나무좀이 국내에 분포함이 알려진 것은 1930년대에 보고가 되었으며, 이 보고 당시의 종 분포가 러시아, 한국 등으로 되어있어, 우리나라 토착종으로 판단되고 있다. 참나무시들음병이 보고되기 이전에는 광릉긴나무좀은 주로 고사목, 쇠약목을 공격하는 이차해충(secondary insect pest)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현재는 이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 건전한 나무를 공격하여 치사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광릉긴나무좀의 생활사는 봄에 기주식물의 상태 쇠약한 참나무류(주로 신갈나무)를 수컷 성충이 집단으로 공격하여, 침입공을 만든 후 교미하여, 갱도(나무 속 구멍)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번식하며, 이듬해 봄에 갱도에서 새로운 성충으로 우화한 개체들이 새로운 기주식물을 찾아 다시 집단 공격하는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

광릉긴나무좀은 기주식물로 하는 나무의 목질부를 가해하고, 심재부 속으로 파먹어 들어가기 때문에 목재의 질을 약하게 하고, 피해를 입은 부위에서 5령 유충 또는 성충으로 월동한다. 성충은 5~6월에 모갱(mother gallery, 성충이 산란하기 위해서 뚫어놓는 굴)을 통하여 외부로 탈출하여 새로운 가해수종의 심재부를 식해한다. 나무를 뚫고 들어간 광릉긴나무좀은 구멍 안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데, 이때 암컷의 앞가슴등판에 있는 균낭에 암브로시아균을 운반하여 퍼트린다. 알을 까고 나온 애벌레는 알에서 우화한 유충은 분지공을 만들면서 암컷이 퍼트린 암브로시아균을 먹으며 자라는데, 이때, 암브로시아균이 나무의 물관을 막아 말라죽게 하는 것이다.

참나무시들음병은 광릉긴나무좀 밀도가 증가할수록 참나무의 피해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참나무의 줄기 윗쪽보다보다 밑쪽에서 피해가 더 많은 경향이 있으며, 이는 줄기 밑쪽이 윗쪽에 비해 산란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과 두꺼운 줄기 보다 가는 줄기에서 암브로시아균이 생장하기에 충분한 수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가설이 있다. 또한, 피해를 받은 나무들의 흉고직경(가슴높이에서 잰 수목의 직경)이 피해를 받지 않은 나무들 보다 커서 광릉긴나무좀이 상대적으로 늙은나무를 선호한다는 보고도 있다.
광릉긴나무좀을 방제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와 조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그 중 광릉긴나무좀을 포획하기 위한 트랩에 관련된 연구도 있다. 트랩의 종류와 설치 위치에 따라 광릉긴나무좀의 포획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에서는 트랩의 종류에 따라서는 포획된 광릉긴나무좀의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경사진 곳에서의 경사 위쪽에 설치된 트랩에 포획된 성충의 수가 경사 아랫방향에 설치된 트랩에 포획된 수보다 많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광릉긴나무좀의 숲 속에서 이동방향과 같은 행동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가 되어 있다.

해외에서도 참나무시들음병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경우 1980년대부터 참나무과 나무의 쇠퇴 및 고사 현상이 급속히 확산 발생되었다. 국내에 발생하는 참나무시들음병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참나무시들음병은 병원균, 피해 수종 및 병원균을 매개하는 매개충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에 발생하는 참나무시들음병의 병원균은 Raffaelea quercivora로 주 피해 수종은 물참나무와 졸참나무이며, 매개충은 Platypus quercivorus로 보고되어 있다.

참나무시들음병의 피해는 가해된 나무의 증상이 심해져야 눈에 띄게 나타나지만, 취약지역에 대한 세심한 예찰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피해 확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립수목원에서는 국내 산림에 분포하는 다양한 유용, 희귀곤충의 발굴, 보전 뿐만 아니라, 주요 돌발해충을 포함한 산림해충의 천적 곤충(기생성, 포식성 등)에 대한 분포, 분류, 생태학적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림 3. 갱도내의 광릉긴나무좀의 발육 단계(알(A)–유충(B)-번데기(C)-성충(D))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전문연구원(박사후연구원) 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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