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면 집 주변 길가나 논, 밭 근처에 닭의 볏처럼 생긴 작고 귀여운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닭개비, 혹은 달개비, 닭의꼬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식물은 바로 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L.)입니다.
벼 혹은 대나무와 같이 길고 좁은 잎을 가지고 있는 닭의장풀은 외떡잎식물이며, 닭의장풀속 (Commelina L.)에 속하는 대표적인 종이기도 합니다.
닭의장풀속에 속하는 식물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170종으로 구성되며, 이 중 국내에 있는 것은 자생종인 닭의장풀, 좀닭의장풀(C. communis L. var. angustifolia Nakai), 큰닭의장풀(C. communis L. var. hortensis Makino), 애기닭의장풀(C. minor Y.N.Lee & Y.C.Oh) 4분류군과 외래종인 고깔닭의장풀(C. benghalensis L.), 왕닭의장풀(C. diffusa Burm. f.) 2분류군으로 총 6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Korea National Arboretum, 2017).
1. 닭의장풀 꽃의 구조, 2. 꽃, 3. 잎, 4. 전초, 5. 군락
닭의장풀속의 모든 식물은 외부형태학적으로 꽃은 큰 꽃잎 2개와 작은 꽃잎 1개, 꽃 가운데 모여 있는 헛수술 3개와 짧은 수술 1개, 그리고 길게 뻗어 나와 있는 수술 2개, 암술 1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닭의 볏처럼 특이하게 생긴 꽃의 구조를 한 번쯤 주의 깊게 보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닭의장풀의 꽃이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곤충을 매개로 한 수분을 하는 식물들은 대부분 꿀이 존재합니다. 닭의장풀 또한 곤충을 매개로 수분을 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닭의장풀은 다른 식물들과 다르게 꿀을 만들지 않고, 다른 전략으로 수분을 합니다. 그 방법은 바로 시각적인 효과로 곤충을 유인하는 것입니다. 큰 꽃잎 2장은 주로 파랑색과 같은 강렬한 색을 띠며, 수술은 이와 대비되는 노란색입니다. 닭의장풀 꽃 안에 수술만 있었다면 곤충의 시선을 끄는데 그리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3개의 헛수술이 가운데에 함께 뭉쳐 있어 이를 도와줍니다. 이것을 본 곤충들은 닭의장풀이 커다란 꽃밥을 가지고 있는 꽃으로 착각하여 다가가게 되며, 곤충이 꽃 안으로 들어가면서 긴 수술의 꽃가루가 곤충의 몸에 묻게 되고, 곤충이 그 안에서 움직이게 되면서 몸에 묻은 꽃가루는 암술에 전달하게 됩니다(Faden, 1992; Hardy et al., 2009).
작지만 계획적이고 치밀한 생존전략을 보이는 닭의장풀,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면, 꽃을 한번 자세히 관찰해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Faden, R. B. 1992. Floral attraction and floral hairs in the Commelinaceae. Annuals of the Missouri Botanical Garden 79: 46–52.
Hardy, C. R., L. L. Sloat and R. B. Faden. 2009. Floral organogenesis and the developmental basis for pollinator deception in the Asiatic dayflower, Commelina communis (Commelinaceae). American Journal of Botany 96(7): 1236–1244.
Korea National Arboretum. 2017. Checklist of Vascular Plants in Korea. Korea National Arboretum, Pocheon. 1000 pp. (in Korean)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박사연구원 이정심, 발크리시나 기미레, 박종수, 최태영 석사연구원 하영호, 박범균, 전보람, 강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