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24
전시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어정쩡한 ‘돌’을 활용한 작은 공간 만들기
 
공간을 이해하고 보기 좋게 만들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공간을 만드는 이에 따라 많은 식물로 채우는가 하면, 주변 풍경을 좋아하여 차경을 활용하고, 조각상이나 다른 소재 등을 활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작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올해 수목원에서는 하나, 하나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 않지만 무리 지어 보면 참한 매력을 지닌 어정쩡한 돌과 우리 식물을 활용하여 몇 개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시련의 돌밭’
시련의 돌밭은 독립기념관과 국립수목원 MOU 이후 겨레의 시련관 외부에 조성한 정원입니다. ‘시련의 돌밭’은 우리나라 산지, 계곡 부 등에 나타나는 끊어진 암석 절벽지대에서 떨어진 바위 부스러기들이 절벽 경사면 아래쪽으로 반원추형으로 쌓인 ‘애추(崖錐, talus)’ 지형을 접목하여 ‘시련’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게 많은 돌을 활용하여 ‘돌밭’을 조성하였습니다.
식물은 미선나무를 중심으로 만리화, 탐라산수국, 털진달래, 붉노랑상사화, 앵초, 은방울꽃, 바위손 등을 활용하여 계절별로 꽃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를 하였습니다.
‘시련의 돌밭’ 전경
내부에서 바라본 전경
식재 식물
그냥 ‘돌밭’
산림박물관 주변의 데크와 주 동선 사이의 작은 공간입니다. 여기는 ‘시련의 돌밭’처럼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실용성(행사, 무대 활용, 전시원)에 초점을 맞춘 공간입니다. 사계절 내내 무난한 경관과 식물관리의 최소화, 동선 활용 등을 위해 많은 돌을 활용하였으며, 식재를 최소화한 공간입니다. 여기는 사초류, 영산홍, 털진달래, 산수국, 정향풀, 남바람꽃, 두메기린초류, 가거양지꽃, 구절초 등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전경(이른 봄)
전경(가을)
식물식재(봄)
식물식재(가을)
진행 중인 ‘돌밭’
정문 안내판 주변을 작은 돌밭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이곳 역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공간입니다. 아직은 미완성인 공간으로, 음지에 잘 자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설계를 하려고 합니다. 식물은 기본으로 관중 등 몇몇 양치식물 들이 자리를 잡을 것이며, 돌 사이사이에 야생화들이 식재될 것입니다.
조성 전
조성 후
돌밭에서
              이호광
비오면 비에 씻겨서
빗물 먹은 돌이 되고

눈오면 눈에 덮혀서
눈물 젖은 돌이 되고

풍상에
몸을 맡긴 채
물소리도 하고 있다.

슬픔을 닦아 내면
슬픔먹은 돌이 되고

기쁨으로 안아 내면
기쁨으로 돌도 되고

나도야
돌밭에 서면
한 개 돌로 사는 일....................


이호광 시인의 ‘돌밭에서’라는 시입니다.
이처럼 돌은 많은 이미지, 느낌을 만들어 내는 요소입니다. 어정쩡한 돌이라 할지라도 여러 정원이나 전시원의 공간에 돌이 있고 없고, 많고 적고의 차이는 확연히 나타납니다. 또한, 돌무더기가 있는 곳을 지나갈 때 유심히 보세요.... 작은 식물들이 숨어 자라고 있으니까요~
수목원과
임업연구사 윤정원    연구원 안은주, 이수호, 채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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