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에서 만나는
산림 곤충이야기
남쪽의 작은 포식자 길쭉꼬마사슴벌레
(Figulus punctatus Waterhouse, 1873)
사슴벌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멋진 생김새를 가진 곤충입니다. 사슴벌레는 딱정벌레목(Coleoptera) 풍뎅이상과(Scarabaeoidea) 사슴벌레과(Lucanidae)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슴벌레과는 Lucaninae(사슴벌레아과), Lampriminae, Syndesinae, Aesalinae로 나뉘어지며, 우리나라에는 사슴벌레아과만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2020년 국가생물종목록에는 북한의 머클애보라사슴벌레(Platycerus hongwonpyoi merkli Imura & Choe, 1989)를 포함한 총 8속 18종의 사슴벌레류가 기록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참나무류가 많은 숲에서 주로 관찰됩니다. 사슴벌레는 수액을 빨아 먹는 종, 나뭇가지나 새순을 뜯어 나오는 수액을 먹는 종,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종,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흰개미와 공생하는 종, 꿀을 빠는 종 등 여러 생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곤충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사슴벌레는 참나무류의 상처난 곳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을 빨아 먹는 종이지만, 이번에 소개해드릴 길쭉꼬마사슴벌레(F. punctatus)는 참나무나 팽나무의 썩은 부분에서 굴을 파고 살며, 다른 곤충의 유충을 포식하는 육식성 사슴벌레입니다(그림 1).
그림 1. 길쭉꼬마사슴벌레의 등면과 배면
길쭉꼬마사슴벌레의 몸길이는 암컷, 수컷 모두 10mm 내외로 작고 길쭉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택이 도는 몸과 딱지날개에 세로로 점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1과 같이 번데기에서 우화 직후에는 붉은색(상단)을 띠고, 점점 검은색(하단)으로 변합니다. 큰 턱은 작고 짧으며, 내치가 1개 있습니다. 여느 사슴벌레와는 달리 암컷과 수컷의 큰 턱 모양이 차이가 나지 않아 암컷과 수컷을 눈으로 구분하기가 몹시 어려운 종입니다. 길쭉꼬마사슴벌레는 주로 땅에 떨어진 팽나무나 썩은 참나무류 가지 내부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슴벌레과에서는 드물게 육식성을 가진 종으로 평생을 거의 나무속에서 살며(그림 2) 다른 곤충의 유충 등 작은 곤충들을 포식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불빛에 날아들거나 수액에 모이지 않아 쉽게 볼 수 있는 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 일부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서식지가 매우 제한적인 종입니다.
길쭉꼬마사슴벌레(F. punctatus)는 현재까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의 일부 지역에만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기록은 2003년에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처음 발견되어 보고된 것입니다. 근연종으로는 F. diatoensis가 일본에, F. laoticus가 베트남과 태국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학적, 지리학적 분포 특징으로 인해 사슴벌레과 종들의 지리학적 분포나 섭식 특성의 진화 단계를 연구하기에 아주 좋은 연구대상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립수목원 곤충분류학연구실에서 우리나라에 서식 중인 사슴벌레과의 섭식 특성에 대한 진화 단계를 구명하기 위해 유전정보와 형태형질 정보를 이용해 계통분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 2. 길쭉꼬마사슴벌레의 서식 환경과 나무 속의 길쭉꼬마사슴벌레 유충과 성충
매우 좁은 서식지와 특이한 특성을 지닌 길쭉꼬마사슴벌레는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느 곤충들과는 달리 그 개체군 크기가 매우 작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말은 서식지 파괴나 무분별한 채집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매우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제한적인 서식처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우리가 야외에서 이 길쭉꼬마사슴벌레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전문연구원 박용환, 김무성, 신영민, 최정환, 강준영, 강수경
임업연구사 김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