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31
생태 과학 돋보기
신안군 가거도의 경관 생태
 
  가거도 (125° 07′, 34° 05′)는 한반도의 최서남단 섬으로 불리며 목포와 흑산도에서 직선거리로 각각 약 136.0 ㎞와 65.0 ㎞ 떨어져 있다. 가거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에 속하며, 8개의 부속 도서를 포함한 총면적 9.2 ㎢, 해안선 길이는 22㎞이다. 가거도의 연평균 기온은 13.7 ℃, 연 강수량은 1093.9 ㎜, 그리고 연평균 상대습도는 78.6 %로 연중 따뜻하고 다습하다. 가거도는 쿠로시오해류에서 갈라져 나온 대마난류, 제주난류의 영향을 받으며, 평균 수온은 13.0℃ 정도이며 겨울인 2월에 6.8 ℃로 가장 낮고, 여름인 8월에 21.4 ℃로 가장 높다. 가거도에서 보리는 5월 초순에 수확하는데, 강릉과 비슷한 위도인 황해 대연평도는 일반적으로 6월 하순인 하지 무렵으로서, 두 지역에서 보리 수확기가 한 달 넘게 차이가 난다.
  가거도의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 유문암 및 안산암으로 구성된 화산암류로 이루어져 있다. 가거도의 능선과 봉우리 지형에서 관찰할 수 있는 토르는 한반도 내륙과 같이 가거도 역시 신생대 제4기 주빙하 기후 환경의 영향을 받았음을 잘 보여준다. 섬과 바다가 접하는 부분은 소면적의 자갈 해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식절벽이다.
  가거도는 주봉인 독실산을 중심으로 동북쪽 대풍 3구, 남쪽 항리 2구, 그리고 남동쪽 대리 1구의 크게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주요 상권과 행정 기관은 대리 1구에 있다. 가거도의 인구는 1985년 1,600명에 이르렀던 것이 1996년 567명, 2016년 현재 508명으로 감소하였다. 인구의 감소는 주변 식생과 같은 자연자원의 이용 압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가거도는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인간 간섭 정도가 낮은 생태계로 생각하는 문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과거 소흑산도로 불리기도 한 가거도에는 토기와 돌도끼 등이 발견되어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가거도는 신라 시대를 비롯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해상 무역에 중요한 거점으로 이용된 섬으로서 벌목을 통해 많은 숯을 생산하던 곳이다. 그리고 최근까지 태풍 및 풍랑이 일 때 많은 중국과 우리나라 어선들이 피항하는 중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가거도의 식생 역시 내륙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이차 식생이다. 한편 현재는 많이 감소하였지만, 흑염소 같은 방목 농업의 영향으로 섬의 일부 지역에서는 식생 구조가 내륙의 것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가거도 역시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토속 신을 믿고 있다. 가장 큰 대리 1구는 돌을 섬겼으며, 이와 달리 2구는 살아 있는 나한송 (가거도에서는 비자나무로 부르고 있다)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 나한송에 제를 올리게 된 동기는 어떤 전설에 근거하고 있다. 주민들이 다른 마을에 다녀오다 보니 종이가 붙어 있어 날려 보냈지만 계속 한 나한송에만 들러붙어 있기에 주민들은 바로 그 나무가 수호신이라 생각하고 제를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풍 3구에는 철신을 모신다.
  가거도는 어업이 발달했지만, 과거에는 흑염소를 많이 길렀다. 식생 자원 중 후박나무는 가거도를 우점하는 수종일 뿐만 아니라 생계에 많이 활용된 수종이다. 후박나무 수피인 후박을 생산하기 위해 마을 주변에는 식재한 어린 후박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가거도는 과거 우리나라 후박 생산량의 80%까지 차지하기도 하였다. 가거도는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 어선들이 태풍과 풍랑을 피해 찾아오는 중요 항구였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상업이 번성하기도 하였다.
  가거도는 최근까지 특산 및 미기록 생물들이 보고되고 있는 관심 지역이다. 신종으로서 가거양지꽃, 그리고 미기록종 큰청사초, 흰밀사초 등이 최근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독실산거머리 역시 가거도 분포가 최근에 확인되었다. 독실산거머리는 몸길이 2.5에서 3㎝에 이르며 원통형이고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 육지 거머리는 숲을 지나는 사람이나 동물을 감지하고 접근해 피를 빤다고 하며, 흡혈 시 마취성분을 분비하기 때문에 피를 빨리는 동물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거머리가 분비한 항응고제로 인해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뒤에도 계속 피가 흐른다. 다만 독실산거머리가 질병을 옮길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가거도의 자연 식생은 대부분 상록활엽수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섬등반도와 인근 지역은 방목 활동으로 인해 억새가 우점하는 초지가 있다. 인공 식생으로는 삼나무, 곰솔, 이대 및 솜대 조림지가 약간 존재한다. 우점하는 대표적인 상록활엽수는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그리고 붉가시나무를 들 수 있다. 굴거리나무 거목 집단이 소규모로 관찰되기도 한다. 낙엽활엽수는 소사나무, 예덕나무, 때죽나무, 고로쇠나무, 그리고 산딸나무가 대표적이다. 가거도의 식생은 해식절벽 상부부터 능선까지 거의 일정한 경사면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가거도 일부 해안 절벽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나한송과의 나한송이 자생하고 있다. 대부분 접근하기 어려운 암벽에서 자라고 있지만, 밑둥 직경이 40㎝ 수준까지 성장한 거목 역시 관찰된다. 가거도의 신목 나한송은 암그루이다. 해안 암벽에 붙어 자라는 나한송 중 수그루를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거도에는 나한송의 암그구와 수그루가 모두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거도에서 방목 또는 탈출한 흑염소 및 소의 활동은 섬 일대의 식물 분포와 식생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거도 바닷가 절벽 상부의 바위지대에 흑염소 배설물이 항상 관찰된다. 그리고 그러한 험한 지역에는 항상 큰이삭풀 같은 귀화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일부 식물군락지의 경우 유제류의 초식 영향으로 인한 내륙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구조가 관찰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일부 구실잣밤나무군락은 유제류의 초식 영향으로 숲바닥 식생이 낮고 균질한 높이를 보이며, 시야가 숲 깊은 곳까지 확보되는 특징을 볼 수 있다.
  가거도는 비교적 먼 거리의 섬이기 때문에 자원조사 활동이 다양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교적 면적이 큰 가거도는 인간 간섭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내륙 및 한반도 부속 도서들과 다른 기후환경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생물상 및 식생 연구가 필요하다.
  가거도의 넓은 상록활엽수림과 내부 식물자원의 희귀성을 고려할 때 보호구역 체계에 편입될 수 있도록 관련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공간적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부속 섬인 국흘도가 「문화재보호법」 에 따라 1984년 8월에 천연기념물 제341호 (신안 바닷새류 번식지)로 지정되어 있다.
대마난류의 영향으로 연중 따뜻하고 다습한 기후 조건은 상록활엽수림 중심의 가거도 식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가거도의 산 능선부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는 토르. 신생대 제4기 주빙하 기후 환경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가거도의 북부의 식생 경관. 사진 상단의 노란빛을 띠는 지역은 구실잣밤나무가 우점 군락이다.
사면 식생의 대부분은 후박나무가 자라며, 중층은 동백나무가 가장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
우리나라 유일의 나한송과 나한송의 자생 모습. 가거도 일부 해안 암벽에서 나한송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가거도 해안 절벽 상부에서 관찰된 나한송 거목. 기부의 직경은 약 40cm에 이르는 거목 나한송이다.
가거도 해안 절벽 상부에서 관찰된 나한송의 발달 중인 수구화수.
가거도 2구의 신목 나한송. 최근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아 나한송 주변으로 이대가 수북이 올라와 있다.
나뭇가지에 복주머니가 달려있어 독특하다.
가거도 신목 나한송의 암구화수.
해안 암벽에 붙어 자라는 나한송 중 수그루가 있으므로 우리나라에는 나한송 암그루와 수그루가 모두 분포한다.
해안 바위지대에서 휴식 중인 야생 흑염소 무리. 흑염소 같은 유제류 초식의 식생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영향은 내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가거도에서는 초식에 따른 식생 구조의 발달을 관찰할 수 있다.
흑염소 같은 유제류의 초식 영향이 존재하는 가거도의 일부 식생. 사진은 구실잣밤나무 우점 군락의 내부 모습이다.
없초식 영향을 받아 숲바닥 식생이 키가 작으며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거도에만 분포하는 독실산거머리에 의한 흡혈 피해. 거머리가 분비한 마취성분 때문인지
통증 같은 별다른 느낌이 전혀 없었다. 거머리가 분비한 항응고제로 인해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뒤에도 계속 피가 흘렀다.
우리나라에서 가거도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독실산거머리.
2013년 자연자원조사에서 국내 분포가 확인되었으며, 가거도의 따뜻하고 습한 기후환경을 잘 대변하는 종이다.
가거도 남쪽에서 몰려오는 해무의 모습
가거도 남쪽에서 몰려오는 해무의 모습
가거도 사면 상부의 상록활엽수림. 상록활엽수림 내 숲바닥 식물의 다양성과 피도가 낮은 잘 보여준다.
가거도 사면의 바위에 정착한 섬향나무. 섬향나무는 인편엽이 있는 눈향나무 및 향나무와 달리 침엽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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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후연구원 정성희, 김한결   전문위원 이동혁   임업연구사 조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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