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에서 만나는
산림 곤충이야기
나뭇잎 속의 작은 요정들, 잠엽성 곤충(leaf-miners)
국내에 서식하는 많은 곤충 중 나비, 나방, 메뚜기, 노린재, 일부 딱정벌레와 벌 종류들은 주로 식물의 잎, 줄기, 과실 등을 섭식하는 대표적인 식식성 곤충이다. 식식성 곤충은 다시 식물을 어떠한 형태로 섭식하느냐에 따라 식엽성(=잎을 갉아먹는) 곤충, 잠엽성(=잎 안에서 굴을 만들며 파먹는) 곤충, 천공성(=주로 줄기나 가지에 굴을 파고 구멍을 내는) 곤충, 흡즙성(=수액을 빨아먹는) 곤충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잠엽성 곤충은 유충의 생애 전 시기 또는 일부 시기에 기주식물의 잎 속에서 굴을 파는 생활 특성이 있어 기주식물과 매우 밀접한 분류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A. 잎의 구조 설명, B. 잎 속에서 섭식 중인 잠엽성 유충 C.정상적인 잎 단면도 촬영
D. 잠엽성 곤충이 지나간 잎 단면도(섭식부위 및 배설물) [A그림 출처: https://www.britannica.com/science/mesophyll]
잠엽성 곤충(leaf-miners)은 유충 시기에 잎의 표피층 사이에 있는 식물 조직을 먹으며 자랍니다. 그림1의 C와 D를 비교해 보면, D의 경우 잠엽성 곤충이 식물 조직을 먹어치워 내부가 비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잎 속에서 섭식하나 일부는 과실 표면과 줄기와 같이 식물의 다른 부분에 굴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들은 알에서 나온 후 잎의 내부로 들어가 섭식하는 특성으로, 대부분 몸 크기가 수 밀리미터로 작고, 유충을 발견하기 어려워 다소 생소한 분류군입니다. 이들이 만든 굴은 식물잎에 꼬불꼬불하거나 직선형 등 다양한 형태로 마치 낙서를 하거나 얼룩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림 2-3). 잠엽성 곤충 대부분은 굴나방류(나비목), 굴파리류(파리목)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부 잎벌류(벌목), 딱정벌레류(딱정벌레목)도 이러한 섭식행동을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잠엽성 나방류는 꼬마굴나방과, 굴나방과, 가는나방과 등을 비롯해 11과 100여 종 정도가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2. 잠엽성 곤충류의 다양한 섭식 흔적과 기주식물.
A. 꼬마굴나방과(나비목)_신갈나무, B. 굴나방과(나비목)_벚나무, C. 굴파리과(파리목)_쪽동백, D. 굴파리과(파리목)_담쟁이덩굴,
E-F. 잎벌과(벌목)_철쭉, G. 잎벌레과(딱정벌레목)_우산나물. H. 비단벌레과(딱정벌레목)_느릅나무.
그림 3. 다양한 잠엽성 곤충의 유충과 성충 모습.
A-B. 참나무꼬마굴나방, C-D. 아까시나무가는나방, E-F. 톱날개좀비단벌레, G. 굴파리과 sp., H. 잎벌과 sp..
잠엽성 곤충들을 구분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우선, 나비목 유충은 큰 턱으로 식물 조직을 갉아 먹는 반면, 파리목 유충은 갈고리 모양의 구기를 좌우로 움직이며 섭식을 하고, 벌목 유충은 큰 턱과 더불어 앞쪽(=가슴마디)에 뾰족한 다리를 가지고 있는 등 각 목별로 유충의 특이한 형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떤 종류의 곤충인지 어느 정도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잠엽성 곤충들의 섭식특성과 구기형태가 그 분류군마다 달라 섭식하는 기주식물, 잎의 조직, 섭식 모양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굴 안에는 배설물이 종종 발견됩니다. 배설물의 모양 및 퇴적 패턴(=배설물이 쌓이는 모양)은 잠엽성 곤충의 유충 시기 특징이라 할 수 있어 특정 속 및 종 수준까지 동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유충의 발달단계 또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추후 농작물이나 전시원 식물의 해충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잠엽성 곤충들을 조금 더 쉽게 알아낼 수 있는 동정키(identification key)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림 4. 한국산 잠엽성 나방과 기주식물 목록집 (국립수목원 출판)
현재 국립수목원 곤충분류연구실에서는 섭식 특성(잡엽성, 식엽성, 흡즙성, 기생성, 식균성)별 산림 곤충의 다양성을 파악을 여러 곤충의 유충 시기의 기주식물과 생활사 및 생태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식물과의 상호관계 및 섭식특성 연구 결과, 총 11과 102종의 잠엽성 나방류의 기주식물 목록집을 발간하였고, 최근 채집 및 사육된 나비목 표본을 바탕으로 꼬마굴나방과 미기록 3종을 새롭게 찾아내어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입업연구관 이봉우 임업연구사 김일권
박사후연구원 신영민, 박용환 석사후연구원 김수경, 김무성, 최정환, 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