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물
다양성 이야기
산림생물다양성 특정지역 풍혈의 주요식물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 (gene)의 다양성을 말한다(United Nations, 1992; 법제처, 2021). 기후온난화 등으로 서식환경의 악화 및 천적의 영향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UN은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담에서 158개 정부가 서명한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생물다양성은 전례없는 속도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소를 주도하는 서식지 파괴, 남획 등이 심화되고 있다. COVID-19 대유행은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지속적인 생물다양성의 손실과 생태계 파괴로 인해 우리 자신의 웰빙과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었다(Global Goal for Nature Group, 2020). 이러한 생물다양성은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구와 생태계, 인류의 삶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국가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의 체계적인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OECMs(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s)은 보호지역으로는 지정되지 않았지만 관련된 생태계 기능 및 서비스, 그리고 문화적, 영적, 사회경제적 및 기타 지역적으로 관련된 가치와 함께 생물다양성의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현지 내 보전(in situ conservation)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시간에 걸쳐 관리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으로 정의된다(CBD, 2018). 국내의 경우 풍혈지, 산림습원, 시험림, 채종림, 국립수목원 완충지역과 자연휴양림 구역 등 7개 용도 지역이 OECMs으로 발굴되었고, 이 결과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지정 여부를 파악하였고, 보전 성과의 지속성과 생태계 서비스 지역 등을 기준으로 보호지역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OECMs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홍진표 등, 2017). DMZ산림생물자원보전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팀에서는 2021년 산림 생물다양성 특정 지역인 풍혈지를 기타 효과적인 지역 기반 보전 수단 신규 지정 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하여 풍혈 3개 유형 각각 2개소 총6개소의 풍혈의 기능 및 식물 분포 등을 바탕으로 타당성을 검토해 보았다.
이번달 웹진에서는 2021년 3월부터 9월까지 조사된 풍혈 6곳의 주요식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풍혈은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고 배후에 중생대 백악기층 등 오래된 기반암이 노출되어 있으며,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경사 급변점인 산록 말단면에 널리 발달한다. 그리고 풍혈은 방위상으로 북서 및 북사면으로 일사량이 적고 기온의 교차가 적은 곳에 주로 나타난다. 특히 플라이토세 빙기에 주빙하 환경에서 지형 발달과정을 거쳐 사면에 암설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애추, 암괴원, 암괴류 등지에서 발달한다. 또한, 풍혈은 여름철에는 찬 공기가 나오거나 얼음이 얼고, 겨울이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바람구멍이나 바위틈으로 독특한 미기상학적 현상이 국소적으로 나타난다(공우석 등, 2011). 특히, 풍혈은 최후 빙기(last glacial epoch)에 북쪽의 추위를 피해 남하했던 북방계식물과 극지·고산식물 등이 간빙기에 식생 천이와 이주 과정에서 풍혈지의 한랭 건조한 국소적 기후환경에 적응·고립되어 있는 섬 피난처(insular refugia)이다(김영일 등, 2006). 이러한 풍혈에는 기후온난화에 취약한 북방계식물이 다수 자생하고 특히, 한반도내 식물의 수직적 분포 상에서, 주로 아고산대에서 발견되는 월귤 등이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풍혈지에서 생육하고 있다(김진석과 윤종학, 2013; 김진석 등, 2016).
풍혈은 보통 빙혈, 얼음골 및 하계동결현상지로 불리는데 대표적으로 애추형 풍혈, 동굴형 풍혈 및 함몰형 풍혈 3개 유형으로 구분되고(그림 1.), 25개의 풍혈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국립수목원, 2013). 우선 애추형 풍혈은 암설의 크기가 작은 산록의 애추 위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일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바람이 불어, 여름에는 찬바람이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방내리 풍혈과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여탄리 풍혈 등이 포함된다. 둘째, 동굴형 풍혈은 애추, 암괴류, 암괴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암설의 크기가 큰바위틈에 얼음굴, 동굴 형태로 나타나는 풍혈로 경사가 급한 말단면에 주로 나타나는 풍혈이다. 대표적인 장소로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 풍혈과 강원도 신동읍 운치리 풍혈 등이 이에 속한다. 끝으로 함몰형 풍혈은 풍화와 침식을 받아 만들어진 애추 등 암석사면에서 경사급변점 등 비고 차이가 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중간의 암설 가운데 일부가 빠져나가 움푹 파이면서 만들어진 풍혈이다.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금수산 한양지와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리 풍혈이 대표적인 함몰형 풍혈이다.
그림 1. 풍혈의 3가지 유형 및 조사 지역
1. 애추형 풍혈의 주요 식물
1) 정선군 정선읍 여탄리 풍혈
① 복사앵도나무(Prunus choreiana Nakai ex Im): 특산식물이자 산림청지정 희귀식물(EN)이다. 석회암지대에 분포하고 낙엽활엽 관목이다. 햇빛이 잘 드는 점질토양에서 잘 자란다. 복사앵도나무는 여탄리 풍혈 내부를 바라보고 오른편 암석지대에서 3-4개체가 관찰되었다. 폭우 등의 영향으로 암석지대가 붕괴한다면 자생지가 유실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보전대책이 시급하다.
② 산개나리[Forsythia saxatilis (Nakai) Nakai]: 특산식물이자 산림청지정 희귀식물(EN)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이 자생지로 알려져 있으나, 석회암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낙엽활엽 관목이고 음지나 양지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추위와 건조에 잘 견딘다. 산개나리는 여탄리 풍혈 내부에서 4-5개체가 관찰되었으나, 붉은병꽃나무 등과 혼재되어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복사앵도나무(Prunus choreiana Nakai ex Im)
산개나리[Forsythia saxatilis (Nakai) Nakai]
2) 홍천군 내면 방내리 풍혈
① 월귤(Vaccinium vitis-idaea L.):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CR)이고 상록활엽 소관목이다. 북반구지역에 분포하고 특히, 국내에는 자생지가 3-4곳에 불과하다. 이 중에 한곳이 강원도 홍천군 방내리 풍혈 주변이다. 하지만 선쥐꼬리새가 월귤 자생지로 확산함에 따라 자생지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② 과남풀[Gentiana triflora Pall. var. japonica (Kusn.) H.Hara]: 여러해살이풀이고 산림청지정 희귀식물(LC)이다. 중부이북 산지의 습지에 주로 분포한다. 방내리 풍혈과 경계지역 주변에 20개체 이상이 자생하고 있다. 과남풀은 비교적 잘 보전되고 있다. 하지만 풍혈과 주변에 선쥐꼬리새가 확산중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 되어야한다.
과남풀[G. triflora Pall. var. japonica (Kusn.) H.Hara]
2. 동굴형 풍혈의 주요 식물
1)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풍혈
① 꽃개회나무[Syringa villosa Vahl subsp. wolfii (C.K.Schneid.) Y.Chen & D.Y.Hong]: 낙엽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이고 특산식물이자 산림청지정 희귀식물(LC)이다. 중부이북 지역에 자생하는데, 특히 고산의 정상이나 빛이 노출된 지역에 분포하지만, 운치리 풍혈 주변에 자생하지만 물푸레나무 및 참나무류에 피압되어 있다.
② 껍질용수염(Diarrhena mandshurica Maxim.): 국내분포는 북부와 중부에 주로 나고 해외는 러시아, 중국 동북 및 화북지방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운치리 풍혈은 약 350m 해발고도임에도 불구하고 출현하였다.
꽃개회나무[S. villosa Vahl subsp.
wolfii (C.K.Schneid.) Y.Chen & D.Y.Hong]
껍질용수염(Diarrhena mandshurica Maxim.)
2)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 풍혈
① 흰인가목(Rosa koreana Kom.): 한반도 특산식물이자 산림청지정 희귀식물(EN)이다. 낙엽활엽관목이고 우리나라에는 경기도와 강원도 에 분포하고 북한지역에 주로 자생한다. 연천 동막리 풍혈 주변에 치수 등이 확산하여 퍼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붉은서나물과 유럽나도냉이 등의 침입외래식물이 풍혈 내부로 침투하여 관리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② 공작고사리(Adiantum pedatum L.): 산림청지정 희귀식물(VU)이고 산지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하록성 북방계 양치식물이다. 연천 풍혈 주변 산개나리 자생지에서 출현하였으나, 그 세력이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작고사리(Adiantum pedatum L.)
3. 함몰형 풍혈의 주요 식물
1)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풍혈
① 두메개고사리[Asplenium spinulosum (Maxim.) Milde]: 산림청지정 희귀식물(VU)이고 강원 이북 고산 숲속에 자라는 하록성 양치식물이다. 러시아 동부와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제천시 금수산 한양지 풍혈 내부에서 확인되었으나, 가는잎쐐기풀 등이 급속하게 확산중에 있어 하층식물 내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② 곰취[Ligularia fischeri (Ledeb.) Turcz.]: 전국 고산지대인 깊은 산에서 자생하고 한국, 러시아, 중국에 분포한다. 곰취는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화식물이다. 금수산 한양지 풍혈 주변에 위치한 하천에서 2개체를 확인되었다.
두메개고사리[Asplenium spinulosum (Maxim.) Milde]
곰취[Ligularia fischeri (Ledeb.) Turcz.]
2)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리 풍혈
① 백작약[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산림청지정 희귀식물(VU)이다. 주로 잘 보전된 숲에서 잘 자라며, 전국적으로 20곳 이상의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수는 빈약한 편이다. 보은 구병산 풍혈의 주변 전석지와 계곡 경계지점에서 출현하였다.
② 태백제비꽃(Viola albida Palib.):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산림청지정 희귀식물(LC)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라며, 일본과 중국 등에도 분포한다. 구병산 풍혈 주변에 산재하고 있다. 하지만 구병산 풍혈은 그 기능이 미약하여 풍혈로서 기능을 다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백작약[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
태백제비꽃(Viola albida Palib.)
DMZ자생식물원은 한반도 북방계식물 등을 비롯한 다양한 특기할만 식물의 채집, 보존, 연구, 증식 등 식물원 고유의 기능과 희귀 동식물의 안식처 제공,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 및 증진을 위한 밑거름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달 주제가 된 풍혈지는 미기상학적 특성 때문에 다수의 북방계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특기할만한 식물이 다수 분포하고, 그 곳의 생물다양성은 매우 높아 그 보전적 가치가 더욱더 제고될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됩니다. 하지만 25개의 주요 풍혈지는 기후변화 등으로 그 기능이 미약해진 풍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예로 2021년 밀양의 얼음골의 얼음이 녹아내려 이슈화되었습니다. 이렇듯 급변하는 환경에 맞추어 그 보전대책 수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풍혈지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가져 주시길 부탁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CBD. 2018. Protected areas and 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s(Decision 14/8). Conference of the parties to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p.1-19
Global Goal for Nature Group. 2020. “COVID-19 Response and Recovery: Nature-Based Solutions for People, Planet and Prosperity. P.1-16.
United Nations. 1992.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United Nations P1-28.
공우석, 이슬기, 윤광희& 박희나. 2011. 풍혈의 환경 특성과 식물지리적 가치. 환경영향평가 20(3): pp.381-395
국립수목원. 2021.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2021년 10월 21일). www.nature.go.kr.
김영일, 신영기, 서장아, 최영돈, 송태호, 강채동, 김성실, 노정선, 정시영 & 김용찬. 2006. 전북 진안풍혈의 여름철 냉풍 및
겨울철 온풍 발생 연구. 대한설비공학회 6: pp.878-884.
김진석, 정재민, 김중현, 이웅, 이병윤 & 박재홍. 2016. 한반도 풍혈지의 관속식물상과 보전관리 방안. 식물분류학회지 46(2): pp.213-246.
김진석과 윤종학. 2013. 한반도 풍혈지의 식생구조에 관한 연구. 한국환경생태학회지 27(3): pp.357-368.
법제처. 2021. 자연환경보전법. (2021년 10월 21일). https://www.law.go.kr.
이창복. 2014. 원색대한식물도감 상, 하, 향문사 p.1-1828.
홍진표, 심윤진& 허학영. 2017. 국가 보호지역 확대를 위한 기타 효과적인 지역 기반 보전 수단(OECMs)의 발굴. 한국환경복원녹화기술확회 20(6): pp.93-105
DMZ산림생물자원보전과
전문연구원 이종원, 윤호근, 김동학, 김영은, 최영민, 정재상, 송진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