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37
전시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꽃등에는 억울하다...
 
  국립수목원은 산림생물종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식물과 생태계에 대한 조사·수집·증식·보존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시원 연구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시원의 산림생물종 다양성 증진 및 관리 기반 구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가을에는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 식재된 울릉국화의 방문 곤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 모습
  먼저 모니터링 대상인 울릉국화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면 국화과의 구절초속 식물로 우리나라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한국 고유식물입니다. 동시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Red List 기준에 따라 위기종(EN)으로 분류된 중요한 종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울릉국화의 종 보전 및 생태 특성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과 산림생물종 다양성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의 울릉국화
  방문 곤충 모니터링에서 울릉국화에 방문한 곤충은 총 7목 23과 54종 434개체가 관찰되었는데요. 그중 파리목의 곤충이 전체 비율의 80%나 차지하고 있었고, 파리목 중에서 꽃등에과가 6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습니다. 울릉국화에 방문한 꽃등에과의 곤충은 호리꽃등에, 배짧은꽃등에, 꽃등에, 꼬마꽃등에, 알통다리꽃등에, Syrhus sp., 수중다리꽃등에, 두줄꽃등에, 쟈바꽃등에 등 다양한 종류의 꽃등에가 관찰되었습니다.
호리꽃등에
배짧은꽃등에
꽃등에
꼬마꽃등에
알통다리꽃등에
Syrhus sp.
수중다리꽃등에
두줄꽃등에
쟈바꽃등에
울릉국화를 찾은 다양한 꽃등에류
  위의 사진과 같이 꽃등에류는 벌과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벌이라고 생각하며 억울하게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꽃등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벌과의 구분법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꽃등에와 벌은 언뜻 보면 매우 흡사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날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꽃등에는 파리목이기 때문에 한 쌍의 앞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벌은 앞 뒷날개 2쌍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등에가 한 쌍의 날개만 가지고 있는 이유는 뒷날개가 퇴화했기 때문인데요. 꽃등에의 날개를 자세히 보면 뒷날개가 있어야 할 위치에 면봉 같이 생긴 퇴화한 날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벌보다 꽃등에의 더듬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꽃등에의 눈이 파리처럼 크기 때문에 눈이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벌붙이파리류(파리목)의 퇴화한 뒷날개
양봉꿀벌(벌목)의 두 쌍의 날개
호리꽃등에(파리목)의 짧은 더듬이
홍조배벌(벌목)의 긴 더듬이
  사실 이렇게 꽃등에가 벌과 비슷하게 생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벌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침이 있지만, 꽃등에는 파리목이기 때문에 침이 없어 사실상 자신을 지킬 무기가 없는 셈이죠. 자신을 지킬 무기가 없는 꽃등에가 생각해낸 방법은 침이 있는 벌처럼 보여 천적을 속이는 것입니다. 벌처럼 보이는 꽃등에를 보고 새들은 매서운 침을 떠올리며 꽃등에를 공격하지 않게 됩니다. 이 덕에 꽃등에는 무기가 있는 벌처럼 새들의 공격을 피하고 꽃가루 식사를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꽃등에의 크기는 새끼손톱만큼 작은 것에서부터 엄지손톱만큼 큰 것까지 천차만별인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꽃등에의 덩치가 큰 종일수록 벌을 따라 하는 수준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는 새들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덩치가 작은 것보다 큰 것이 보상이 크기 때문에 새들은 침에 쏘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덩치가 큰 꽃등에를 공격하고 본다는 것입니다. 즉 덩치가 큰 꽃등에가 작은 꽃등에보다 위험에 노출되기 더 쉽고, 이 때문에 덩치가 클수록 벌과 흡사하게 자신을 위장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꽃등에와 벌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꽃에 앉아 있다고 해서 모두 벌이 아니랍니다. 전시원을 관람할 때, 꽃 주변에 벌이 있다고 피하지 말고 눈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요? 벌도 꽃등에도 꽃가루를 이동시켜주는 곤충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랍니다. 꽃등에는 그저 맛있는 꽃가루를 먹고 싶었을 뿐, 여러분을 공격할 의도가 없고, 공격할 침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꽃등에는 억울하답니다.
<참고문헌>

1.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446624

2. 꽃과 곤충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 (다나카 하지메)

전시교육연구과
연구원 이수호 김가은 김보라 안은주 채해용 김효성 양지우 김현철
임업연구사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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