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에서 만나는
산림 곤충이야기
소나무 숲을 지키는 스나이퍼,
넙적머리푸른고치벌
넙적머리푸른고치벌(Cyanopterus flavator (Fabricius, 1793))이 속한 푸른고치벌속은 우리나라에 2아속 3종이 알려져 있습니다(국가생물종목록, 2019). 이들은 다른 곤충에 기생하며 살아가는데 특히 넙적머리푸른고치벌은 국립수목원 곤충팀의 연구결과 진주, 포항, 홍천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을 매개하는 솔수염하늘소(Monochamus alternatus)와 북방수염하늘소(M. saltuarius)의 유충에 외부기생(그림 2B-C)하는 것을 산란유인목(하늘소 2종의 알을 받은 나무조각)을 설치하여 확인했습니다(그림 1). 이 고치벌은 한국, 일본, 유럽, 아프리카에 분포하며 하늘소류에 주로 기생하나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것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알려진 사실입니다. 넙적머리푸른고치벌 암컷 성충의 크기는 평균 3-4mm이며 머리, 가슴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 다리는 검은색이고, 배는 광택이 있는 밝은 노랑색입니다. 날개는 몸의 길이보다 더 길며 표면에는 털이 많고 검은색으로 다소 어둡습니다(그림 2A).
그림 1. B, 포항내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서식지 내
산란유인목 설치.
넙적머리푸른고치벌 암컷 성충은 수피 표면에서 더듬이를 지팡이처럼 가볍게 두드려가며 매개충의 유충이 나무속을 갉아 먹을 때 내는 진동(또는 소리)을 탐색하여 숙주(2종류의 하늘소 매개충) 유충을 찾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숙주 유충의 위치가 확인이 되면 배를 위로 높게 들어 산란관을 수피와 직각으로 세운 뒤 배를 아래로 몇 번 눌러 수피를 뚫습니다(그림 2A). 수피를 뚫고 산란관이 숙주의 몸에 닿으며 숙주의 몸에 마취액을 삽입하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든 뒤 숙주의 몸 위에 알을 낳습니다. 암컷의 산란관의 길이는 평균 1.5-2mm로 수피 바로 밑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유충(1-4령)에 기생하기 알맞습니다. 암컷은 숙주 한 마리당 한 개의 알을 산란하며 알의 크기는 평균 2-3mm로 표면이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숙주의 몸에서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그림 2B-C). 알은 평균 2일 만에 부화하며, 부화한 넙적머리푸른고치벌의 유충은 숙주의 몸에 붙은 채로 숙주가 미라처럼 말라버릴 때까지 체액을 빨아먹으며 성장한 뒤 성숙한 유충은 숙주에서 떨어져 나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고 안에서 번데기가 됩니다(그림 2C-D). 실내 사육 결과, 알에서 성충까지 발달기간은 평균 2주가 소요되며, 우화 한 수컷의 수명은 약 한 달, 암컷의 수명은 약 2달이며 알은 평균 30개를 산란합니다.
그림 2. A, 숙주에 산란하는 암컷 성충; B, 숙주에 산란한 알(검은 원: 알의 확대 사진);
C, 숙주를 빨아먹는 유충; D, 고치 안에서 발달이 거의 끝난 번데기.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는 2017년도 99만본에서 2021년 31만본으로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발생지역은 2014년 67개 시·군·구에서 2021년도 131개 시·군·구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산림청 2021). 이는 언제든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가 다시 증가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현재 모두베기와 훈증 등의 물리적, 화학적 방제 방법을 통해 피해 확산을 저지하고 있지만, 넙적머리푸른고치벌의 숙주-천적 관계를 이용하는 생물적 방제 방법을 추가한다면 장기적으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덜 끼치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논문발표를 통해 학계와 관계 기관에 이 고치벌의 특성에 대해 보고될 것이며, 이후 추가 실험을 통해 실내사육법 개발과 야외기생율 조사(=야외에서의 2종의 하늘소 방제에 대한 효율성) 등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석사후연구원 김무성 최정환 강준영 박사후연구원 신영민 연구사 김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