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BCN은 ‘지구식물보전전략(Global Strategy for Plant Conservation; GSPC) 2020 이행을 위한 동아시아 지역 식물원 · 수목원 교육 및 역량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제5차 세계자연보전총회(IUCN World Conservation Congress)에서 채택된 의제를 이행하기 위해 2014년에 설립된 동아시아 지역단위 실행기구입니다. 현재 이 기구에는 한국, 러시아, 일본, 몽골, 중국 및 대만 등의 국가에서 수목원, 식물원 및 기타 식물연구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식물 보전 사업을 굳이 동아시아라는 지역 단위에서 진행해야 할 이유가 뭘까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개체군 보전이 취약한 식물 분류군들은 동아시아 지역에 공통으로 분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갈참나무(Quercus aliena Blume)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만에서 갈참나무의 개체군 크기가 작아 갈참나무 개체군 보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Su et al., 2003). 이처럼 한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보전 활동이 이루어지기보다는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체군의 현지 내 · 외 보전 및 필요한 경우 복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EABCN은 국가별로 다를 수 있는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식물들의 정이명을 통합 · 정리하여 동아시아 통합 식물목록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리된 식물목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에 전체적으로 분포하지만, 개체군 수가 적은 분류군들을 선정하여 IUCN의 지역 적색 목록 평가(Regional Red List Assessments)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몽골의 식물분포역 조사를 진행했으며 결과를 바탕으로 몽골 대표 식물 100종에 대한 도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주요식물, 특산식물, 수목한계선에 분포하는 식물들에 대한 도서를 발간했습니다.

  EABCN이 정리한 식물목록 및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분류군들의 출현정보를 전 세계의 누구나 볼 수 있도록 2020년 11월에 Global Biodiversity Information Facility (GBIF)에 아시아의 other associate participant organization으로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DMZ의 철책에서 채집한 표본 정보들과 독도에서 채집된 식물 표본들의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공개했습니다. 현재는 두 데이터셋만 공개했지만 앞으로 출판 서적에 이용되었던 출현정보를 추가로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동아시아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EABCN이라는 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식물목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직 식물분포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을 확인하고, 이 부분에 대해 세부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분류군별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보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분류군이지만 국가별로 다른 학명으로 부르는 등 조각나 있는 동아시아의 식물들을 하나의 학명으로 부르게 됨으로써 우리는 동아시아의 통합된 식물상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EABCN 홈페이지(http://eabcn.net/index.php)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동아시아 국가간 많은 교류를 통해 지역 규모의 생물다양성 보전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