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무 깊이 알기
식물의 종풍부도는 다양성의 다면성을 대표할 수 있다.
종풍부도가 기능적 또는 계통발생학적 다양성과 어떤 상관성을 갖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현대 생태학의 핵심 질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종풍부도는 생태기능적, 진화역사적 성질을 함께 나타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제4기 빙하기-간빙기 변동 (Quaternary glacial-interglacial oscillations)은 현재 세계의 식물 다양성 분포에 영향을 준
가장 중요한 작용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후빙기에 남하했던 고위도의 침엽수림 식물상에서 홀로세 중기 온난화에 따른 저위도 낙엽활엽수림 식물상으로의 점진적 변화는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진화적 역사입니다.
산이 우점하는 한반도 지형에서 간빙기 식물상 이동 (고위도와 고해발 방향)을 고려하면, 다양성 (특히, 종풍부도)의 공간분포는 기온, 해발, 강수량과 같은 주요 환경 경사의 영향을 뚜렷하게 받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지형 경사를 따른 식물 이동을 통해 고해발 지역은 많은 종이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주도, 가거도 같이 황해가 만들어지면서 섬이 되어버린 과거 고지대들이 식물 풍부도가 다양성의 공간 분포에 주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반도 형성과 식물상의 이동/혼합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 우리나라에서 식물다양성의 공간 양상을 이해하는 것은
진화적, 생물지리학적 지식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따른 미래 변화를 투영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주제일 것입니다.
어떤 지역의 식물상에서 비롯된 다양성은 기후와 지리적, 경관생태적 배경에 의해 형성되며,
그것이 담고 있는 다양한 측면 (단순히 종과 개체의 숫자부터 특이성까지)은 다양성 보전에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지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종다양성 (Taxanomic diversity, TD)와 함께, 종조성이 갖는 생태적 기능 다양성 (Functional diversity, FD),
그리고 진화적 역사를 담고 있는 계통발생학적 다양성 (Phylogenetic diversity, PD) 사이의 상관성을 살펴보는 것은 지역의 종급원 (Species pool)으로서 식물 다양성이 구조화 된 방식과 특성 (생태 기능과 진화 역사)을 면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최근 학계에 유행하는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식물종의 풍부성이 진화적 또는 생태적 기능을 잘 대변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의 다면성 (Diversity facets)과 그들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종다양성 조사에 기반한 전통적인 보전 활동 (예, 보호구역 지정)의 적절성과
유효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답변이 됩니다.
쉽게 말해서, 종다양성 조사와 그 결과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근거를 쌓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관속식물분포 자료를 활용해 구한 종다양성, 기능다양성, 계통발생학적 다양성은 서로 강한 상관성을 갖는 것이 확인됩니다.
최우선적으로 이것은 우리의 종풍부도 조사는 강한 생태기능적, 진화역사적 측면을 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식물 외의 다른 다양한 생물군에 대한 접근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식물다양성은 백두대간 같은 높은 산지에서 높은 것 역시 세 가지 다양성 요소들의 분포 양상에서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지역적으로는 고산지가 많은 강원도 지역이 식물다양성이 높습니다. 특이한 것은, 황해와 남해의 섬 지역에서 다양성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산과 연안 섬의 다습한 수분 스트레스가 적은 조건에서 많은 식물종들이 머무르고 있는 것 역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지역 기후변동 과정에서 해발 경사를 따라 한랭 식물상은 후퇴하고 온난 식물상이 뒤따르는 과정에서
식물 분포가 이동‧중첩되면서 구조화 되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질적인 식물상 요소들의 이동‧중첩 과정을 통한 구조화 결과로서 종다양성과생태기능,
계통발생학적 다양성 사이에 높은 상관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광릉숲보전센터
임업연구사 조용찬
전시교육연구과
임업연구사 정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