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생물종
자연의 은밀한 포식자, 뚱보기생파리
동글동글한 복부, 뚱뚱한 외모 덕분에 ‘뚱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었어요.
실제로 다른 파리들만큼 날렵한 비행 능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노린재목 곤충들의 무시무시한 천적이랍니다.
기생파리과(Tachinidae)는 파리목(Diptera) 내에서 두 번째로 큰 분류군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500종 정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유충 시기에 살아있는 다른 곤충이나 절지동물의 내부에서 성장하여, 결국에는 숙주를 죽이는 포식 기생성(Parasitoid)을 갖습니다.
기생파리과에 속하는 많은 종들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농업 및 산림 해충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생파리과에 속하는 네 개의 아과 중에서 오늘 우리가 알아볼 뚱보기생파리아과(Phasiinae)는 전 세계 645종이 알려져 있고, 그중 213종이 구북구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O’Hara et al., 2020), 현재까지 한국에는 총 15속 30종의 뚱보기생파리아과 곤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KSAE & ESK, 2021).
그림 1. A: 살아있는 잎벌레 유충에 알을 낳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기생파리류, B: 북방풀색노린재의 앞날개 혁질부에 붙어있는 뚱보기생파리류의 알.
대부분의 뚱보기생파리아과의 곤충들은 유충 시기에 노린재목의 성충에 기생하는 특징을 갖습니다.
종종 숲이나 들에서 만나는 노린재들 중에서 유백색의 작은 알을 짊어지고 다니는 개체들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 알이 바로 뚱보기생파리류의 알입니다.
유충은 노린재의 몸속을 갉아먹고 밖으로 나와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며, 성충은 주로 꽃꿀을 섭식합니다.
그래서 뚱보기생파리아과의 성충은 주로 야생화가 피어있는 들판에서 관찰할 수 있고, 다양한 야생화들의 화분매개곤충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그림 2. 야생화가 피어있는 꽃밭에서 만날 수 있는 뚱보기생파리류의 곤충들.
A: 뚱보기생파리(Gymnosoma rotundatum), B: 중국별뚱보기생파리(Ectophasia rotundiventris), C: 별뚱보기생파리(E. crassipennis),
D: 금뚱보기생파리(Clytiomya continua) (출처: Euo & Han, 2021a), E: 작은노랑점뚱보기생파리(Phasia aurulans), F: 꼬리검정별기생파리(P. albopunctata).
모든 뚱보기생파리류의 암컷들이 노린재의 외부 표면에 알을 붙여 놓는 방식으로 산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란관의 형태적 차이에 따라 산란 방식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노린재의 등에 알을 붙여 놓는 방식으로 산란하는 종들은 산란관이 짧고 뭉툭한 혓바닥 모양입니다.
부화 시에 유충은 알과 노린재 표면이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에 구멍을 뚫고 노린재의 내부로 침투합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산란관을 가진 뚱보기생파리류들은 노린재의 내부에 알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산란합니다.
그림 3. 뚱보기생파리류 암컷의 복부 끝에 있는 산란관의 옆모습 (출처: Euo & Han, 2021b; Euo, 2022).
A: 미래뚱보기생파리(Eliozeta helluo) 암컷의 산란관. 이와 같은 형태의 산란관을 갖는 종들은 알을 노린재 성충의 외부에 붙여 놓는 방식으로 산란한다.
B: 꼬리검정별기생파리(Phasia albopunctata) 암컷의 산란관. 노린재 성충의 몸 내부에 날카로운 산란관을 찔러 넣어 알을 낳는다.
일반적으로 뚱보기생파리아과에 속하는 많은 종들은 극심한 종내변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종내변이는 특히 복부의 색깔이나 모양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그림 4는 중국별뚱보기생파리의 다양한 변이를 갖는 개체들을 보여줍니다.
복부 등판의 색깔이 대부분 황색인 개체부터 전체적으로 흑갈색인 개체까지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4. 중국별뚱보기생파리(Ectophasia rotundiventris)의 복부 변이.
A-E: 수컷, F-G: 암컷 (출처: Euo, 2022).
같은 종의 암컷과 수컷에서 보여지는 형태적 차이를 성적 이형(sexual dimorphism)이라고 합니다.
뚱보기생파리아과의 몇몇 종들은 이러한 성적 이형성이 극심하여 같은 종의 암수를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림 5에서 소개하고 있는 Phasia 속은 뚱보기생파리아과의 곤충들 중에서 강한 성적 이형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암컷들의 생김새를 살펴보세요. 같은 종의 수컷보다 다른 종의 암컷과 더 유사해 보이지 않나요?
그림 5. 뚱보기생파리아과에 속하는 Phasia 속의 곤충들이 보여주는 성적 이형성 (출처: Euo, 2022).
A: Phasia albopunctata, B: P. aurigera, C: P. aurulans, D: P. hemiptera, E: P. takanoi.
곤충 연구를 수행할 때 이러한 종내변이나 성적 이형성은 종을 정의하고 동정하는데 있어서 연구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줍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대의 분류학에서는 형태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DNA 염기서열을 활용한 분석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답니다.

뚱보기생파리류는 봄부터 가을까지 산이나 들판에 피어있는 야생화 꽃밭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종에 따라 출현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사계절 중에서 가을에 찾아볼 수 있는 뚱보기생파리의 종류가 가장 많습니다.
특히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만개하는 산국에서 많은 종의 뚱보기생파리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이번 가을에 산과 들에서 뚱보기생파리아과에 속하는 다양한 곤충들을 만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글쓴이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곤충분류연구실
전문연구원 어승수, 신영민, 김무성, 최정환, 강준영, 한규영
임업연구사 김일권, 김아영
(우)11186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509 대표전화 031-54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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