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정원
다시 올 새들을 기다리며
인공새집에 둥지를 틀고 육추(育雛: 어버이 새가 어린 새들을 돌보며 기르는 것) 중인 곤줄박이
기후변화 대응 전시원 산림생물다양성 증진 및 관리기반 구축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2022년 전시원 내 생물종 유도 연구 중
조류 부문의 인공새집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합니다.
설치한 20개의 인공새집 중 12개에 번식이 유도되었으며, 텃새인 곤줄박이가 대부분이고
여름철새인 흰눈썹황금새가 21년에 이어 22년에도 확인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2022년 전시원 내 생물종 유도연구는 3개 분야(조류, 곤충, 버섯)로 진행되었습니다.
그중 조류 부문은 내부의 세미나를 통해 조사원의 업무 역량을 강화한 후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3월 말경에 전시원 내에 인공새집을 설치하여 4월부터 9월까지 주 1회 이상(산란 시 주 2회) 관찰하고 기록하였습니다.
전시원에 출현하는 조류의 유형과 그 비율은 텃새(39.33%) > 여름철새(28.09%) > 겨울철새(17.98%) > 나그네새(14.60%) 순입니다.
여름철새는 번식하기 위해 방문하고, 겨울철새는 월동하기 위해 방문하며, 나그네새는 번식이나 월동과 관계없이 봄이나 가을에 잠깐 들렀다 갑니다.
이 중 텃새와 여름철새가 전시원 내 생물종 유도연구 대상입니다.
새집의 유형은 여섯 가지 정도로 구분됩니다.
①나무구멍(딱따구리 종류, 박새 종류 등등) ②숲 지붕 층(백로 종류, 까치 등등) ③덤불 층(붉은머리오목눈이 등등)
④지면(꿩, 노랑턱멧새 등등) ⑤바위나 절벽(굴뚝새, 큰유리새 등등) ⑥민가(제비, 딱새 등등)입니다.
이 중 인공새집은 나무구멍에 둥지를 짓는 유형 중에서도 체구가 작은 새를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새집은 출입구의 지름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곤줄박이는 지름 4.0㎝의 출입구를 선호하고, 박새는 3.5㎝를 많이 이용하며 쇠박새는 3.0㎝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번 조류 유도연구에서는 지름 3.5㎝의 출입구로 된 인공새집을 사용하였습니다.
만약 그보다 더 큰 지름으로 출입구를 만들면 동고비가 찾아든다고 합니다.
동고비는 입구를 크게 만들고 진흙을 발라놓아 그 둥지를 다른 새가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새집증후군만 없다면 새집은 늘 새 집인 것이 좋습니다.
둘러보러 왔을 때 벌 종류가 선점하고 있거나 집게벌레 종류가 똥 싸놓고 있으면 아무리 좋은 장소여도 입주하지 않습니다.
① 나무구멍에 짓는 유형
(오색딱따구리, 수생식물원)
② 숲지붕층에 짓는 유형
(왜가리, 양치식물원)
③ 덤불층에 짓는 유형
(붉은머리오목눈이, 키작은나무언덕)
④ 지면에 짓는 유형
(노랑턱멧새, 휴게광장)
⑤ 바위나 절벽에 짓는 유형
(큰유리새, 식물진화속을걷는정원)
⑥ 민가에 짓는 유형
(제비, 충북 청주휴게소)
인공새집의 밑면에서 출입구까지의 높이는 10~20㎝ 정도가 적당합니다.
높이가 높을수록 천적에게 포식당할 위험이 적겠지만, 어미가 둥지 재료를 그만큼 높이 쌓는 수고를 해야 하고, 이소할 때 새끼가 출입구로 나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14㎝ 높이 인공새집을 선택하여 주문 제작하였습니다.
설치 장소는 햇빛과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그늘진 곳이 좋습니다.
그래서 출입구가 약간 아래를 향하도록 설치합니다.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인공새집과 나무 사이에 나뭇가지를 끼워 넣어 간격을 만드는데, 그렇게 하면 출입구가 자연스레 아래를 향합니다.
새집 밑에 천적이 발판처럼 이용할 수 있는 큰 가지나 덤불은 없어야 합니다.
지면으로부터 1.5m 정도 높이에 설치해야 관찰하기에 좋으니 이것만큼은 관찰자를 위한 조건입니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도록 해서 식물진화속을걷는정원, 관상수원, 약용식물원에 총 20개의 인공새집을 달았습니다.
3월 말에 설치하고 입주공고도 내지 않았는데 4월 1일부터 영소(營巢: 새 등이 집을 짓는 일)가 관찰되었습니다. 둥지의 주재료는 이끼입니다.
이끼를 바닥에서 7㎝ 내외의 높이로 깔고 그 위에 양치식물 싹의 솜털, 새의 깃털, 고라니의 털 같은 푹신한 재료를 얹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도록 만듭니다.
4월 14일부터는 산란한 알이 보이기 시작했고, 정확히 하루에 한 개씩 늘어났습니다.
최대 11개까지 낳은 새도 있었습니다.
5월부터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 새가 벌레처럼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곤줄박이의 알
부화한 곤줄박이 새끼
성장한 곤줄박이
설치한 인공새집 20개 중 60%인 12개가 주인을 맞았습니다.
둥지의 주인은 대개 곤줄박이였습니다.
관상수원의 한 인공새집에는 5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누가 입주해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둥지의 주재료가 이끼가 아니라 특이하게도 참나무과 나무의 수꽃차례였습니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 어미 새의 정체를 알고 싶었으나 시간이 계속 맞지 않아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엄마는 부재 중……. 부화한 새끼의 깃털이 짙은 검은색에 가까운 점도 특이했습니다.
어느 순간 그 어린 새들이 이소를 마치고 사라져버려 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둥지의 재료와 새끼 새의 깃털 색을 근거로 그것이 4월 중순부터 찾아와 둥지를 찾던 흰눈썹황금새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번식이 유도된 12개의 둥지 중 곤줄박이 10개 + 박새 1개(이상 텃새), 그리고 흰눈썹황금새(이상 여름철새) 1개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둥지를 알아보러 다니는
4월 중순의 흰눈썹황금새
참나무과 나무의 수꽃차례로 지은
흰눈썹황금새의 둥지와 어린 새
조류 번식 유도
관찰 모습
조류 모니터링을 통해서 어린 생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엿보는 기쁨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공새집도 생태계 안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보니 관찰 도중에 천적으로부터 공격받는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22년에 수목원에 설치한 인공새집에서는 다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먹이를 구하러 나간 어미 새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는지 끝내 돌아오지 않아 어린 새들이 모두 죽는 일이 한 둥지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새 새끼를 내 새끼처럼 애지중지하던 조사원에게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일이었습니다.
2023년에는 과연 어떤 새들이 올까요?
설치한 모든 인공새집에 다양한 새들이 입주하여 행복하게 잘 살다 가기를 기대합니다.
글쓴이
전시교육연구과
전문연구원 심지연 이수호
임업연구사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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