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생물종
광릉숲 곤충들의 겨울나기
나무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장수하늘소 유충
추운 겨울을 나는 광릉숲 곤충들 이야기. 유난히 혹독한 올겨울을 이겨내고 있을 광릉숲의 곤충 친구들을 응원합니다.
한국의 겨울은 혹독합니다.
각종 식물의 꽃은 지고 잎은 갈색으로 변해 땅으로 떨어지며, 숲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은 활동을 멈추고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특히 경기 북부인 포천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광릉숲)은 겨울에 기온이 영하 15℃~20℃까지도 떨어지는데요.
이렇게 추운 환경 속에서 광릉숲에 사는 다양한 곤충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딱정벌레목(Coleoptera) 하늘소과(Cerambycidae)에 속하는 장수하늘소(Callipogon relictus Semenov, 1898)는
한국, 중국 만주 지방,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합니다.
장수하늘소는 크기가 7~13cm 까지 성장하며 한국에 분포하는 하늘소과 중에서는 가장 큰 종이지만
서식지의 감소와 적은 개체 수로 인해 현재 멸종위기종 1급 및 천연기념물 제 21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국립수목원 내에 위치한 광릉숲은 현재 장수하늘소의 유일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장수하늘소의 먹이식물 중 하나인 서어나무 속에서는 장수하늘소의 애벌레가 겨울잠을 잡니다(그림 1).
그림 1. 고사목 속에서 겨울잠 자는 장수하늘소 애벌레
(A: 고사목(서어나무), B: 장수하늘소 애벌레)
딱정벌레목(Coleoptea)에 속하는 사슴벌레류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곤충입니다.
사슴벌레류의 수컷들은 대부분 커다란 턱을 가지고 있는데, 참나무 수액과 같은 먹이나 암컷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다른 수컷과 싸울 때 사용합니다.
반면 암컷은 수컷에 비해 턱이 작지만, 나무 속에 알을 낳기 위해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는 데 적당합니다.
사슴벌레류의 애벌레는 고목이나 죽은 나무 속에서 자라는데, 겨울에는 사진(그림 2)과 같이 나무속에서 겨울잠을 잡니다.
이때 애벌레들은 겨울에 몸이 얼지 않도록 부동액 성분의 투명한 액체를 몸 안에 채워 겨울을 납니다.
그림 2. 나무 속에서 겨울잠 자는 넓적사슴벌레
(좌: 넓적사슴벌레 수컷, 우: 넓적사슴벌레 애벌레)
이 외에도 다양한 곤충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파거나, 나무 껍질 안에 숨어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그림 3).
그림 3. 나무에서 겨울을 나는 다양한 곤충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날개류 유충, 하늘소 유충, 버섯벌레류, 개미류)
주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인 곤충들은 겨울을 안전하게 나기 위해 늦가을이면 따뜻한 장소를 찾아갑니다.
때로는 온실이나 건물 내부로 들어와서 겨울을 보내기도 하지요.
우리는 겨울에 종종 집 안으로 들어 온 노린재나 집게벌레, 무당벌레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중 외래종이자 생태계교란종인 소나무허리노린재(Leptoglossus occidentalis Heidemann, 1910)가 있습니다.
이들은 소나무나 전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가해하는 해충으로,
주사기 같은 뾰족한 주둥이를 구과(솔방울)의 낱알에 찔러 넣어 침의 효소로 내용물을 녹여내어 빨아먹습니다.
따라서 종자를 만드는 시기에 피해를 입히며, 국내 잣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나무허리노린재의 성충은 나무껍질 아래에 모여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나 시설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그림 4).
그림 4. 겨울을 나기 위해 온실로 들어온 소나무허리노린재
광릉숲 속 곤충들의 겨울나기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다양한 곤충들이 각각의 습성과 생존전략에 따라 추운 겨울을 안전하게 보내고 다음 해 봄을 맞이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꽃과 잎은 볼 수 없는 계절이지만 곤충들의 겨울잠을 엿보기 위해 흰 눈으로 둘러 쌓인 국립수목원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쓴이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전문연구원 한규영, 신영민, 어승수, 김무성, 최정환, 강준영
임업연구사 김일권,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