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생물종
완도술꽃나무 조사 답사기
우리나라 무인도에만 자생하는 ‘완도술꽃나무’를 찾기 위해 떠난 조사 답사기
우리나라 전남의 무인도에만 자생하는 ‘완도술꽃나무’를 찾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납니다.
완도술꽃나무(Stachyurus praecox Siebold & Zucc.; 추천명은 '통조화')는
기존에 일본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로 알려졌지만 2017년도에 처음 전라남도 무인 도서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었고,
2021년 식물분류학회지를 통해 보고된 한국 미기록식물입니다.
이른 아침 출장 채비를 마치고 수목원을 출발하여 6시간의 기나긴 길을 달려 무사히 완도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두운 밤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부푼 마음을 안고 일찍 배에 올랐습니다. 육지와 멀어지는 만큼 새로운 식물을 보러가는 설레는 마음은 커졌습니다.
도착한 섬에서 다시 작은 낚시배를 타고 무인도로 향하는 길은 마치 바나나보트를 타는 것 같이 울렁였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기에 배를 접안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발목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곳을 딛고서야 배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가파른 절벽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우선 접근할 수 있는 숲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길이가 1km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을 3시간을 헤매고 나서야 완도술꽃나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완도술꽃나무 자생지 전경
완도술꽃나무를 드디어 찾고 기쁜 마음과 동시에 꽃을 보자 참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초발견지인 “완도”와 꽃차례모양이 여러 가닥의 실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는 “술”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본식 한자어로는 통조화(通条花),
즉 길게 늘어져 주렁주렁 달리는 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속명(Stachyurus)은 옥수수의 이삭을 뜻하는 그리스어인 stachys와 꼬리를 뜻하는 oura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사진 2. 완도술꽃나무 꽃차례 (사진제공: 장사범)
완도술꽃나무는 형태적으로 양성화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자웅이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꽃은 이미 떨어져 버렸는지 관찰할 수 없었습니다.
발견 당시, 개화기를 조금 지난 탓인지 이미 자방이 부풀어 오른 암꽃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결실된 종자가 남아 있어 연신 카메라로 찍고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진 3. 완도술꽃나무 작년 열매
조사를 마치고 해안가에서 배를 기다리며 먹는 빵은 꿀과 다름없었습니다.
막힌 목을 축이기 위해 우유를 마시며 조사지를 올려다보니, 조사를 시작하면서 지나쳤던 해안가 근처에도 완도술꽃나무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섬 절반이 완도술꽃나무였습니다.
순간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읊조린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참고문헌

- Stachyurus praecox (Stachyuraceae), first report in Korea. Korean J. Pl. Taxon. 51(4): 372−377 (2021)

참고 사이트

- https://www.missouribotanicalgarden.org
글쓴이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전문연구원 하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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