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정원
미리 만나보는 DMZ자생식물원의 봄꽃
2월, DMZ자생식물원은 하얀 이불을 덮고 고요한 잠에 들어있습니다.
겨울의 시린 바람이 그치면 땅은 곧 눈이불을 걷어내고 풀꽃을 피워내며 봄의 향기를 퍼뜨릴 것입니다.
이번 웹진에서는 곧 다가올 DMZ자생식물원의 봄꽃을 미리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려합니다.
한겨울의 DMZ자생식물원
2월, DMZ자생식물원은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고요한 잠에 들어있습니다.
땅은 지금 포근한 이불 속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분주하게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내던 지난 계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을까요?
혹은 다시금 찾아올 올해의 계절들을 꿈 속에서 미리 그려보고 있을까요?
겨울의 시린 바람이 그치면 땅은 곧 눈이불을 걷어내고 풀꽃을 피워내며 봄의 향기를 퍼뜨릴 것입니다.
이번 웹진에서는 곧 다가올 3월~4월 DMZ자생식물원의 봄꽃을 미리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려합니다.
1. 들바람꽃 & 복수초
복수초(Adonis amurensi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복수초속(Adonis)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전국에 걸쳐 분포하며 숲속 및 경사면에 서식한다.
들바람꽃(Anemone amurensi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바람꽃속(Anemone)의 여러해살이풀로
강원도 이북 습기 있는 숲속에 서식한며 4월 중순에 개화한다.
아직 바람이 시린 시기, 낙엽들 사이로 흰색과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피어난다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흰색의 들바람꽃과 노란 복수초는 각자의 색으로 누구보다 먼저 봄을 맞이해줍니다.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지닌 들바람꽃, 그리고 복(福)과 장수(壽)를 바란다는 뜻의 새해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닌 복수초는
오랜 겨울 끝에 찾아온 봄에 제법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2. 모데미풀
모데미풀(Megaleranthis saniculifolia)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모데미풀속(Megaleranthis) 산속 계곡 주변 같이 습기가 많은 곳에 서식하며 4-5월에 흰꽃이 개화한다.
DMZ자생식물원 산림습원전시원의 봄을 알리는 식물은 바로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희귀 식물인 모데미풀입니다.
살짝 온기가 돌기 시작한 햇빛이 어린아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듯 흰 꽃이 눈부십니다.
모데미풀은 지리산 운봉면 모데미 마을 골짜기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모데미라는 마을도, 운봉면 안의 자생지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삭막한 겨울 끝에 누구보다 일찍 꽃을 피워내는 모데미풀의 모습이 마치 환상 같아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3. 피나물 & 얼레지
피나물(Hylomecon vernalis)
양귀비과(Papaveraceae) 피나물속(Hylomecon)
산속 계곡 근처에 서식하며 4-5월 노란색 꽃이 핀다.
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백합과(Liliaceae) 얼레지속(Erythronium)
축축한 숲속에 서식하며 4-5월에 끝이 뒤로 말리는 보라색의 꽃이 핀다.
작년 봄, 자작나무원에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였습니다. 노란색의 앙증맞은 꽃을 피워내는 피나물과 봄꽃의 여왕이라는 얼레지입니다.
얼레지의 '얼레'는 '얼룩'의 어원으로 잎에 얼룩덜룩한 자주색 무늬가 있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거기에다 꽃잎 안쪽에도 W 모양의 무늬가 있는 것이 과연 봄꽃의 여왕답게 화장이 화려합니다.
그럼에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모양새에서 기품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피나물과 얼레지 모두 약간 축축한 숲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기에 이에 맞추어 자작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이곳이 이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어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지나 봄이 왔을 때 다시 한번 저희를 맞아주길 기대합니다.
4. 두메닥나무 & 미치광이풀
두메닥나무(Daphne pseudomezereum)
팥꽃나무과 (Thymelaeaceae) 팥꽃나무속(Daphne)
낙엽성 떨기나무로 고산 지역에 서식하며 4-6월에 연녹색의 꽃이 핀다.
미치광이풀(Scopolia parviflora)
가지과 (Solanaceae) 미치광이풀속(Scopolia)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숲속 습윤한 곳에서 자라며 4-5월 보라색 꽃이 핀다.
북방계식물전시원에서 가장 먼저 봄을 반겨주는 식물은 바로 두메닥나무와 미치광이풀입니다.
아직은 삭막한 정원 사이에서 두메닥나무는 가지 끝에 마치 눈처럼 작고 흰꽃을 앙증맞게 피어냅니다.
4월에 핀 꽃은 6월까지 이어지며 가을에는 붉은 열매가 맺힙니다.
북방계식물전시원의 연못 옆 돌틈에서는 미치광이풀이 보라색의 꽃으로 봄을 맞아줍니다.
어딘가 수줍은 듯 밑으로 쳐지는 종모양의 꽃은 ‘미치광이풀’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미치광이풀이라는 이름은 식물체 내에 들어있는 독성 때문에 이전부터 소나 사람이 이 풀을 먹고 발작을 일으키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수줍어 보이는 꽃 뒤로 무시무시한 독을 숨기고 있다고 하니 봄꽃이라고 다 여리고 순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5. 개벼룩
개벼룩(Moehringia lateriflora)
석죽과 (Caryophyllaceae) 개벼룩속(Moehringia)의 여러해살이풀. 습기가 많은 숲속 또는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개벼룩은 희귀특산원과 고층습지원 돌틈 사이에 자리잡아 빼꼼히 봄을 맞이하는 식물입니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마치 아이들이 폭죽 놀이하는 듯이 작고 하얀 꽃이 피어납니다.
DMZ자생식물원에서는 흰 꽃이 4월에서 6월까지 유지되는데, 여리여리한 모습에도 강인하게 오랫동안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노루귀(Hepatica asiatica)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노루귀속(Hepatica) 식물로 숲속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올라오는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큰개별꽃(Pseudostellaria palibiniana)
석죽과(Caryophyllaceae) 개별꽃속(Pseudostellaria)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간 풀밭에서 자란다.
이외에도 처녀치마, 앵초, 동강할미꽃, 금붓꽃, 양지꽃, 할미꽃, 노랑할미꽃, 나도양지꽃, 깽깽이풀, 홀아비바람꽃, 만리화, 돌단풍, 는쟁이냉이, 노랑제비꽃 등
수많은 봄꽃들이 눈 아래에서 우리를 맞이할 준비에 한창입니다.
두텁게 쌓인 눈이 녹아 이들의 모습이 드러날 때 DMZ자생식물원으로 한번 찾아와 이들에게 수고했다며 눈 한번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쓴이
DMZ산림생물자원보전과
전문연구원 조승주
연구사 윤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