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전통적인 열매 유형의 분류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옛 자료로 학습하다 보면 현재의 지식과 충돌할 때가 많고, 학자마다 각 열매 유형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인 경우도 많아서 더욱 그렇다.
핵과와 장과, 견과와 위핵과의 구분만 해도 어느 자료가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발생학적 해부학적 근거에 의한 유형 분류를 시도해 Alexey V. F. Ch. Bobrov & Mikhail S. Romanov가 2018년에 발표한
「Morphogenesis of fruits and types of fruit of angiosperms」라는 논문 내용을 주목해 볼 만하다.
이 논문에서는 열매가 성숙했을 때 벌어지느냐 안 벌어지느냐에 따라 크게 개과(dehiscence)와 폐과(indehiscence)로 나누었다.
그러고 개과는 다시 골돌과(folicle)와 삭과(capsule)로 나누었으며, 폐과는 소견과(nutlet)와 핵과(drupe)와 장과(berry)와
경핵과(pyrenarium)과 호리병박과(amphisarca)와 견과(nut)로 나누어 기본적으로 8체제로 구분했다.
이 8체제 열매의 각각의 유형에서 나타나는 타입을 다시 세분해서 총 27종류로 지구상의 모든 열매를 분류했다.
이를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 dehiscence(개과)
(1) follicle(골돌과)
①hakea type ②illicium type ③myristia type ④talauma type
(2) capsule(삭과)
①bombax type ②eriocoelum type ③forsythia type ④galanthus type
⑤hamamelis type ⑥lilium type ⑦nepenthes type
2. indehiscence(폐과)
(1) nutlet(소견과)
①nelumbo type ②rosa type
(2) drupe(핵과)
①laurus type ②prunus type ③rhapis type
(3) berry(장과)
①schisandra type ②nuphar type
(4)pyrenarium(경핵과)
①butia type ②ilex type ③latania type ④olea type
(5) amphisarca(호리병박과)
①adansonia type ②theobroma type
(6) nut(견과)
①centaurea type ②corylus type ③polygonum type
위 분류에서는 전통적인 열매 유형 분류에서 다루었던 시과, 수과, 영과, 협과, 삭과 같은 것들은 별도로 나누지 않았다.
그런 유형의 열매도 모두 위의 8체제 27종류에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동안의 전통적인 열매 유형 분류에서 사실상 중복되는 유형과 개념의 열매를 다르게 보고 구분한 예가 많았다는 뜻이다.
그 외에 육질과(肉質果, fleshy fruits, succulent)와 건과(乾果, 건조과, dry fruits)의 문제라든가,
여러 개의 열매가 달리는 복과(複果, 복합과, compound fruit)의 복잡한 양상과 용어상의 문제도 위 논문에서 말끔하게 해결했다.
다시 밤나무로 돌아오자.
앞서 말한 대로 밤나무의 열매는 견과(堅果, nut, glans)로 분류한다(여기서의 분류는 분류학적인 분류를 일컫는 것은 아니다).
견과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해서 ‘과피가 딱딱하며 흔히 자방실이 1개인 자방으로부터 발달하는 열매’라고도 하고
‘과피가 딱딱하고 1개의 씨가 들어 있는 열매’라고 하기도 한다.
견과를 전에 삭과로 잘못 분류했던 건 총포라는 조직이 갈라지는 것을 과피가 갈라지는 것으로 오인한 데서 비롯한 오류이다.
앞서 예로 든 견과의 정의에서 빠진 것은 ‘총포에 싸이는 열매’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비교적 최근의 자료일수록 ‘총포에 싸이는 열매’라는 내용을 포함해 견과를 정의하는 편이다.
Bobrov, A. V. F. Ch. and M. S. Romanov. 2018.
Morphogenesis of fruits and types of fruit of angiosperms. Botany Let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