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정원
DMZ자생식물원의 여름풍경
8월의 DMZ자생식물원
DMZ자생식물원의 여름 모습을 소개합니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고지대인 이 곳 DMZ자생식물원에 자리잡은
가는오이풀, 대청부채, 솔나리, 분홍바늘꽃, 용머리, 중나리, 넌출월귤에 관련된 이야기와 개화 모습을 담았습니다.
어느 새 찾아온 여름. 1,000m 가 넘는 산들이 둥글게 둘러싸 거대한 분지형을 이루며 비무장지대를 마주하고 있는 이 곳 DMZ자생식물원의 여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해발고도 630m 에 위치한 DMZ자생식물원은 비교적 높은 고도에 자리 잡고 있어 같은 위도상에서는 자랄 수 없는 식물들이 주변에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DMZ자생식물원 내부에는 지구온난화로 서식처를 위협받고 있는 북방계식물을 위한 보금자리가 마련되어있습니다.
더위에 약한 북방계식물을 위해 식물원 부지 중에서도 고도가 높은 장소에 북방계식물전시원을 조성하였으며 매년 5월 중에 개방행사를 진행해
일반 관람객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름의 북방계식물전시원은 개방된 적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이번 웹진을 통해 북방계식물전시원의 여름 모습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가는오이풀
가는오이풀(Sanguisorba × tenuifolia Fisch. ex Link) 장미과(Rosaceae)
오이풀속(Sanguisorba)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중국, 일본, 러시아,
동유럽, 한반도 전국의 산야에 분포하며 숲가장자리 및
저지대의 습기 있는 곳에 서식한다.
여름을 환영하는 축제라도 여는 듯 가는오이풀이 하얀 폭죽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가는오이풀은 7-9월에 흰색 이삭꽃차례를 피워내는데 1-2m의 큰 키 끝에서 아래로 쳐진 꽃차례의 모양은
마치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의 풍경과 닮아있습니다.
가는오이풀은 장미목 장미과 오이풀속(Sanguisorba) 식물입니다.
오이풀속 식물들은 잎을 따 손에 비벼보면 오이 냄새가 난다 하여 오이풀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사람마다 수박 혹은 참외 냄새 등의 향이 나기도 합니다.
라틴어 속명 Sanguisorba는 sanguis(피) + sorbeo(흡수하다)의 합성어로 땅속줄기에 탄닌 성분이 많아 지혈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2. 대청부채
대청부채(Iris dichotoma Pall.). 붓꽃과(Iridaceae) 붓꽃속(Iris)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중국, 몽골, 한국 인천시 옹진군에 분포하며 멸종위기종(CR)으로 지정되어있다.
큰 부채를 든 선비 같은 모습의 대청부채는 여름을 맞이하는 축제에 참여해 하늘 위로 연보라색 꽃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대청부채의 꽃은 늦은 오후(3-4시)에 피어 한밤중(10시)에 지는 특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영미권에서는
'저녁 기도' 혹은 '개밥바라기별(금성)'을 의미하는 'Vesper'를 붙여 Vesper Iris라고 불립니다.
이는 오전(7시)에 피어 오후(6시)에 지는 범부채와 교잡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합니다.
3. 솔나리
솔나리(Lilium cernuum Kom.). 백합과 (Liliaceae) 백합속(Lilium)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도와 경북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높은 산의 능선부나 정산부근의 풀밭, 바위틈에 서식한다.
솔나리는 그 밑에서 수줍게 붉힌 얼굴을 숙이고 있습니다. 솔나리는 다른 나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붉은색, 노란색의 다른 나리들과 달리 분홍색의 꽃을 지닌 솔나리는 여리고 단아하게 느껴집니다.
거기다 다른 식물들은 자리 잡기 어려운 높은 산 정상부나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모양새가 고고하기까지 합니다.
솔나리라는 이름의 유래 또한 긴 타원형 잎을 지닌 다른 나리들과 다르게 소나무 잎처럼 가는 잎을 지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러한 매력들이 너무 눈에 띄고 말았을까요. 솔나리는 사람들에 의한 훼손이 심한 상황입니다.
이에 산림청은 솔나리를 희귀식물 취약종(VU) 지정하여 보전, 관리하고 있습니다.
4. 분홍바늘꽃
분홍바늘꽃(Chamerion angustifolium(L.) Holub). 바늘꽃과 (Onagraceae) 분홍바늘꽃속(Chamerion)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7-8월에 개화한다.
평안도와 함경도, 백두산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하늘 위로 분홍 빛깔 폭죽을 화려하게 터뜨리고 있는 분홍바늘꽃도 북방계식물원의 여름을 빛내주는 주인공 중 하나입니다.
영미권에서는 분홍바늘꽃을 ‘fireweed‘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이름은 불꽃놀이와는 관련이 없고
분홍바늘꽃이 주로 불이 난 지역에 제일 먼저 자리 잡는 식물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분홍바늘꽃이라는 이름은 분홍색 꽃이 피는 바늘꽃이란 뜻으로, 수정된 씨방이 뜨개질에 사용하는 대바늘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분홍바늘꽃은 중국 동북부 지역, 몽골, 러시아의 시베리아 평원같이 위도가 높아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 주로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매우 취약하여서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에 올라가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5. 용머리
용머리(Dracocephalum argunense Fisch. ex Link). 꿀풀과 (Lamiaceae) 용머리속 (Dracocephalum)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6-8월에 자주색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에 나며,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용머리는 꽃 모양이 용의 머리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자주색 꽃을 피우는 용머리는 한 곳에 모여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물이 넘실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무더운 여름에 용머리 꽃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각적인 시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아름다움 때문에 용머리는 원예자원으로 개발되어 재배종이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생지 및 개체수가 많지 않아 우리가 계속해서 자생지 확인과 유전자원의 현지내외 보전해야하는 식물입니다.
6. 중나리
중나리(Lilium leichtliniiHook.f. subsp. maximowiczii (Regel) J.Compton). 백합과 (Liliaceae) 백합속(Lilium)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7-8월에 개화한다.
경기도 북부지역, 강원특별자치도 일원, 경북의 동부지역에 서식한다.
중나리의 꽃은 하늘과 땅의 중간 즈음을 바라본다고 하여 ‘중나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중나리는 참나리 다음으로 키가 큰 대형 자생나리입니다. 외관상으로는 중나리와 참나리를 구별하기 어렵지만,
중나리 꽃은 적당히 머리를 숙인 채 살짝 옆을 보며, 줄기엔 주아가 없는데요, 이것이 중나리와 참나리의 차이점입니다.
또한 근연종인 털중나리와 달리 중나리는 전체에 털이 거의 없으므로 구분합니다. 중나리는 양지바른 산언덕 주로 경사면이나
하천변에서 다른 잡초들과 어울려 자생하며, 노란색이 도는 붉은색 꽃을 피웁니다.
7. 넌출월귤
넌출월귤(Vaccinium oxycoccosL.). 진달래과 (Ericaceae) 산앵두나무속(Vaccinium)에 속하는
상록 활엽 소관목. 함경남도, 함경북도에 분포하며 고산 습원에 서식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북방계식물은 바로 넌출월귤입니다. 넌출월귤은 만주, 아무르, 우수리, 사할린, 캄차카, 시베리아 등
북부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한반도에서는 함경남북도의 고산 습원 및 백두산에서 자생합니다.
특히 넌출월귤은 남한에는 자생지가 없어 북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북한식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DMZ자생식물원 북방계식물전시원에서는 기특하게도 해마다 줄기를 길게 뻗어 가며 잘 정착하고 있습니다.
넌출월귤은 ‘마음의 고통을 위로하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작지만 강인한 꽃과 달콤한 과일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기에 이러한 꽃말을 가지게 된 것 아닐까 합니다.
DMZ자생식물원은 넌출월귤의 이러한 마음을 본받아 기후변화 탓에 점차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북방계식물들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오늘도 힘쓰고 있습니다.
글쓴이
DMZ산림생물자원보전과
전문연구원 조승주
연구사 윤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