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생물종
여기 두메부추가 있습니다.
두메부추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한국의 특산식물로, 독특한 향과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식물을 보존하는 것은 한국의 생태적, 문화적 유산을 지키는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것 중에는 문화유산과 전통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고,
건강한 생태계 보전과 식물주권 확보를 위해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한반도 특산식물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어디에도 없고 오직 이곳에만 존재한다고 하면, 우리는 특별함과 애틋함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 무렵 울릉도 항구에 도착하면 먼저 반겨주는 식물 중의 하나인 두메부추(Allium dumebuchum H.J.Choi)는
주로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연보라색의 동그란 공처럼 생긴 화서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독특한 부추속의 향기와 풍부한 꿀은 매개곤충들을 더욱 매료시킵니다.

두메부추와 같이 한국의 특산식물 중 울릉도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종이 여럿 있습니다.
울릉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양섬으로 바다속에서 화산폭발에 따라 형성되었습니다.
섬이 형성된 이후 인근의 대륙과 연결된 적이 없어 울릉도에 자리를 잡은 식물들은
고립된 섬만의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여 새로운 종으로 분화되었습니다.
울릉도의 많은 종들이 독립된 종으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울릉도의 특산식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두메부추도 울릉도 특산식물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두메부추가 속한 부추속(Genus Allium L.)은 전 세계에 약 1,000종이 존재하며,
형태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많은 종을 세밀하게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메부추는 최근까지 중국, 러시아, 몽골까지 넓게 분포하는 Allium senescens L.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분류학적 연구를 통해 두메부추와 A. senescens 와의 형태적 차이를 발견하였고,
계통학적으로도 독립적인 계통을 형성하여 이 식물이 새로운 종임을 밝혀냈습니다 (Jang et al, 2021).

현재 국내에는 약 16종의 부추속 식물이 존재합니다.
이 종들을 구분할 때 꽃이 피는 시기로 많은 종을 식별할 수 있으며,
형태적으로는 화서, 잎, 그리고 뿌리의 모양을 통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메부추와 전체적인 모습이 유사한 참두메부추(A. spirale Willd.), 각시두메부추(A. spurium G.Don),
좀부추(A. minus H.J.Choi & B.U.Oh)는 개화기, 잎의 단면, 화경의 단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화피편의 색상과 수술의 형태에서도 구분됩니다(그림 1).

그림 1. 두메부추와 근연종과의 비교 사진 두메부추(A-E), 참두메부추(F-J), 각시두메부추(K-O), 좀부추(P-T), A. senescens(U-Y)

그 지역 주민들이 부른 이름을 그대로 종소명에 기록하여 신종으로 발표한 두메부추 Allium dumebuchum H.J.Choi.

그렇다면 ‘두메’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두메’는 산의 꼭대기, 즉 높은 곳을 뜻하며, 햇빛이 잘 드는 산 정상에서 자란다는 뜻입니다.

울릉도의 다른 부추속 특산식물인 울릉산마늘은 주로 나리분지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반면,
두메부추는 바위가 많은 햇볕이 내리쬐는 지역에서 잘 자랍니다.
생태적으로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은 빛을 보다 잘 받기 위해 잎이 커지고, 햇빛이 강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잎이 다육질인 경향이 있습니다.

식물은 그 지역의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전통지식은 대를 이어 전달되며, 지역의 음식문화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우산마가목의 열매로 술을 담가 마셨고, 울릉산마늘로 장아찌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또한, 섬쑥부쟁이, 물엉겅퀴로 나물과 국을 끓여 즐겼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부추와 유사한 두메부추로 장아찌를 담그거나 김치를 담을 때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메부추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부추보다 더 두툼하고, 잘랐을 때 뮤신이라는 점액질이 나옵니다.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식물들은 건강상의 이점으로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울릉도가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식물들은 특산품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 결과 자연 개체군에 대한 보전의 중요성도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여기 두메부추가 없습니다’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미래입니다.
두메부추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화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키고 싶습니다.

글쓴이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박사후연구원 장주은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임업연구사 길희영
참고자료

- Jang et al. 2021. Notes on Allium section Rhizirideum (Amaryllidaceae) in South Korea and northeastern China: with a new species from Ulleungdo Island. PhytoKeys. 17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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