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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비선대의 아침
  • 입상자명 : 박순희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눈 그치자 비선대에 올랐습니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반반인 길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비선대 길은
온통 눈꽃으로 만개해 있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 눈길
발자국만 유난히 깊게 패여서
내 마음 흔들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비선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눈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딱새 몇 마리 실루엣으로 남아 있을 뿐,
물소리로 땀을 헹구던 계곡도
얼음장 밑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마등령 치달아 오르는 대포항 바람
소나무에 걸려 바닥으로 휘어지는 사이
아침 숲 속의 물빛 안개가
가지 끝에 은초롱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미끄러지며 눈길 되짚어 나오자
지붕 가득 눈을 얹은 집들이 보였습니다.
일기예보가 쾌청으로 바뀐 것도 모르고
굴뚝들은 포신을 하늘에 겨누고 있었습니다.
풀풀 피어오르는 연기는 밥 짓는 냄새
그 따뜻함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습니다.
어느새 모락모락 밥이 되고 있었습니다.
꿈꾸는 삶은 그 만큼 부푸는 법입니다.
나뭇가지 사이 꿈결처럼 햇살이 들고
마른나무들은 하나같이 반작거렸습니다.
눈부신 빛살들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천 길 눈구렁 속을 찾아 헤매는
설악 비선대에서 맞이하는 아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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