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물
[권달웅]
멎지 않고 멀리가지 이어지는
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단단히 손을 잡는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먼 길을 물어물어
더 이상 갈 수 없는 데까지
굽이치고 부딪치며
도도하게 흘러간다.
하류로 내려 갈수록
물 소리는 깊어지고
더욱 사나워진다.
어제는 죽은 물고기가
강물에 떠올랐다.
누가 소리치지 않아도
물은 절로 물을 따라 흐르고
그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은
새겨서 다 듣는다.
뒤집히고 뒤섞이면서
큰 산 그림자를 껴안아주는
그 마음을 아는 사람은
짐작해서 다 안다.
막힌 길 돌아나가는
강줄기를 따라 산맥을 따라
순리대로 살아가는
투명한 소리들아,
휘어지지 않기 위하여
휘어지는 밤,
가슴으로 듣는 물소리
-수상시집 『꿈꾸는 물』 22~23쪽
금강산
[공광규]
전해 오는 이야기에
어떤 산 하나가 동해 가까이에 있는데
전체가 금으로 된 것은 아니나
산의 동서남북과 위와 아래
흘러내려 오는 물속의 모래까지도
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천하에 둘도 없는 이 돌산에서는
이따금
성현이 출현한다고 하는데
옛 인도의 성인 석씨가 이르기를
동쪽 바다 가운데
금강산이라 불리는 곳이 있어
예부터 여러 보살이 살고 있었는데
현재는 법기보살이
일만 이천 보살들과 불법을 편다고 한다
(이하 제6련~32련 생략)
-수상시집 『서사시 금강산』 18~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