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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당귀꽃에 눈물 떨구다
  • 입상자명 : 오문경
  • 입상회차 : 12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명개리 원시의 빽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자
여태 숲에 가려져 있던 통마람골
시원한 얼굴을 드러낸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멧돼지 녀석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정적이 감돌자
내 등골은 쭈뼛쭈뼛 서오고
그렇게 희푸른 속살 드러낸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을까,
순하게 흐르던 물줄기 양옆으로
갑작스레 기암절벽이 솟아났다.
깊은 소와 담으로 이어지는 비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너럭바위다 싶으면 어느새, 자갈톱.
물옷 입는 바람 소리 친구삼아 얼마쯤 걸었을까.
높다란 반석 위에 올라 짙푸른 소를 내려다보는데
아니, 팔뚝만한 그 무엇이 쏜살같이 바위 밑으로 숨는다. 열목어였다.
낯선 물고기들이 날랜 유영을 뽐내자.
흰 구름 뒤에 숨에 호시탐탐 이쪽을 엿보던 햇살,
슬그머니 나와 온몸에 물을 끼얹고
은빛 물고기와 연거푸 물장구를 쳐댄다.
불바라기 약수터 가는 길목,
털북숭이 멍덕딸기 하얀 웃음보 터뜨리고
길모퉁이 산뽕나무 다소곳이 까만 오디 물고 서있다.
능선 따라 자줏칩 종덩굴 가뭇가뭇 조막손 내밀어오고
미천골인가 계곡에서 본 듯한 찰피나무,
깃털 같은 햇살 주워 담으려 노란 입술 헤벌리고
먼 산 보던 수수꽃다리도 덩달아 하얀 가슴 부풀리며
길을 나설까 말까 망설이는데
어디선가, 코끝을 자극하는 순한 내 음....
아뿔사, 아무것도 준 것 없는 이 몸의 발아래,
여태 나를 만나는 기다림으로 버티어 온양
하이얗게 매달려오는 당귀 꽃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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