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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소사나무 숲에서(나무로 살아가는 법)
  • 입상자명 : 박인숙
  • 입상회차 : 12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영흥도 바닷가
바람 길목에 선 한 무리 소사나무를 본다
얼마나 강렬하게 해풍에 맞섰는지
어디 하나 휘어지지 않은 곳 없었다
단지 꼿꼿하게 버티려고만 했다면
꺽이고 찢기고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나
그들은 강한 바람을 조금씩 자신의
뼈를 휘고 뒤틀어 받아낼 줄 알았던 것인데
정작 그들은 단단하게 키운 건 바람이다
저렇게 온 몸을 뒤틀어 고통을 받아낼 줄 알아야
생의 아름다운 춤사위가 되겠지 싶다
바람과 나무는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고 스미고 썩인다
어떤 바람이 등짝을 후려쳐도
나무는 뿌리를 끊고 걸어가는 법 없다
이윽고 나도 그들 사이로 들어가 가만히 서 본다
구불구불 세찬 바람이 만드는
경이로운 음악에 귀 기울인다
이리저리 바람을 피해 온 나의 길 바람에 맞기면
어디 하나 곧은 곳 없어 더 강한
발밑으로부터 소사나무 한 그루
뼈를 뒤틀며 내 안으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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