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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산을 사랑하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픕니다.
  • 입상자명 : 박재현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당신의 사랑스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윤기 흐르는 춘란 잎사귀를 가녀리게 닦는 여인이 되겠습니다.
따스한 온기와 화사한 햇볕이 가득한 봄의 뜨락 같은
가정을 가꾸겠습니다.
부모님을 섬기며 늘 즐거운 일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애쓰고
맛난 음식을 만들기에 고민하고
또 당신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안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내게 들려주는 나무와 산 이야기를 흥미있게 듣고
틈틈이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고 운동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나무가 그려 있는 책을 보면 행복하겠지요.
산이 물든 글을 읽으며 행복하겠지요.
소중히 여기는 당신의 산에 들어 돌돌돌 구르는 골짝물소리에
배시시 웃음 짓고 싶습니다.
맑은 골짝물에 발을 담그고 산이 불어내는 바람을 즐기는 당신의 모습을 하얀 종이에 그려 넣고 싶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우리는 신비로운 꼬맹이를 만나게 되겠지요.
그 아이가 지르는 함성은 아마도 아빠를 공부방으로 산으로 쫓아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이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당신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아이를 웃기려고 애쓰겠지요
그러다 또다른 꼬맹이가 생길 것입니다.
첫번째 꼬맹이는 늘 외로워할 테니까요
붙임이 되고 의지가 되고 험한 세상에서 나누는 삶을 살려면 혼자이어서는 안 되니까요.
그 아이들이 나를 더욱 정신없게 할지도 모르지만
기꺼이 잠을 줄이고 우유를 만들고 똥을 치우겠습니다.
아이들이 걸어다닐때가 되면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꼭 그 곳이 산이나 바다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들판이어도 좋고 옛집이라도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이 살아 있음을 알게 해주고 조상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봄이면 새 생명이 움트고 여름이면 깊이 있는 색깔로 물든 나뭇잎 가을이면 풍성한 열매를 맺고 겨울이면 긴 잠에 빠져드는 살아 있는 자연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솔숲에서 당신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산 이야기를 아이들처럼 재미나게 듣겠습니다.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다 쏜살같이 정강이를 오가는 물고기들이 배가사리 버들치라고 말하는 당신의 해맑은 웃음을 아이들과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닮으려고 하겠지요.
그런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이미 흐뭇하게 느껴져 옵니다.
당신과 나 그리고 꼬맹이 둘, 넷이서 손을 잡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고 싶습니다.
그런 아내이고 엄마이고 며느리이고 싶습니다.
그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할 즈음엔 우리도 중년을 넘어야 할 고비가 올지도 모릅니다.
가족의 건강과 가정의 화목, 모든 평범한 것에서 행복한 중년을 마음껏 누리고 싶습니다.
이따금 산에서 당신이 흥얼거리는 산 노래가 나의 한숨을
위로하고 우리의 중년에 어울리는 멋진 화음을 만들 것 같군요
기억하고 말없는 웃음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산에서 오래도록 거닐며 후두두 나뭇잎을 구르는 빗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그 비를 산성비라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산성비라는 말을 모르면 더욱 좋겠습니다.
산성비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터가 산성비라는 말이 없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내 젊은 시절의 연인, 인생을 함께 하는
최고의 동반자와 호젓한 산을 오래도록 걷고 싶습니다.
때론 주름의 골이 깊어질 때 그 주름을 애석해 하며
서로의 건강을 돌보고 아름다운 황혼 빛으로 물든 지난날들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할 때마다
더욱 깊은 사랑을 느끼는 노부부가 되겠지요
또한 그 많은 날을 두고도 말하지 못한 사랑을 그제야 고백하는 수줍은 할망구의 모습을 보겠지요.
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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