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내밀어 키를 재기도 하고 바람을 밀어내기도 하지만 그림자로 서로 덮어주면서 언덕에 있는 나무들은 함께 자란다. 키 낮으면 낮은 대로 날마다 지나가는 시간을 모아 어렵사리 나이테를 키운다. 나무는 남의 자리 넘보지 않고 저만치 비켜서서 그림자를 바로 눕히기도 하고 비스듬히 눕히다가 서로 겹치기도 하지만 언덕의 품을 떠나지 않으며 날마다 서로 마주보며 꿈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머뭇거리거나 감추지 않고 뿌리끼리 굳게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낮은 소리내며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