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이 유난히도 높은 요즘, 뜨겁던 여름이 저물어가며 가을의 길목에 서 있는 국립수목원에는 고요하고 아늑한 정취를 더해가는 수생식물원을 만나볼 수 있다.
물가나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옮겨 놓은 이 곳은 우리나라 국토의 형태를 본떠 만들어졌다. 화려한 꽃들이나 진한 향기로움은 찾을 수 없지만, 수면을 가득 덮은 녹색 수련들과 물에 살포시 내려앉은 마름, 가느다란 노랑어리연꽃, 잎이 부들부들한 부들 등 50과 204종의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가득해 갖가지 물 속의 생태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수생식물은 물 속 또는 물가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식물을 말하는데 식물체 전부 또는 일부가 물속에 잠겨서 살아간다. 이들은 정수식물, 부엽식물, 침수식물, 부유식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러한 물가에 있는 수초들은 다른 생물의 생활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고, 호수와 늪에 유입되는 영양염류를 섭취하여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수생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줄, 골풀, 애기부들 등은 물 속 땅에 뿌리를 내리지만 줄기나 잎은 수면위로 나온 정수식물에 속한다. 노랑어리연꽃, 마름, 수련은 물 속 땅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는 물속에, 잎은 수면위에 떠 있는 부엽식물이다. 수면 아래에 식물체 전체가 잠겨있는 붕어마름이나 검정말, 물수세미는 침수식물이다. 개구리밥, 생이가래는 물 속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식물체 전체가 수중이나 수면에 떠 있다.
이 곳 수생식물원은 잔잔함이 흐르는 항상 고요한 곳이지만 마치 계절의 전령사가 살고 있는 것처럼 계절마다 각기 다른 사계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요즘에는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다. 곧 성큼 다가올 완연한 가을에는 이 곳의 모든 식물들이 갈색빛으로 바뀌며 수생식물원만이 보여주는 가을의 기운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