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변화 화약고라 불리는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폭이 지구 평균기온에 비해 큰 한반도는 ‘기후변화
민감지역’이라 한다. 한반도 기후의 변화가 생태계 및 각종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크다. 따라서 점점 상승하는 한반
도의 기온처럼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뜨거워졌다. 우리도 변화하는 한반도, 나아가 지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발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한반도 기후변화 적응 대상 식물 300종」. 그 첫 결실에 8년간의 발걸음이 담겨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8년간 ‘한반도 관속식물 분포 연구’, ‘한반도 표본인프라 구축 사업’ 등의 연구를 해온 국립수목원은 이를 통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하여 우선적으로 관찰이 필요한 300종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각 종에 대한 문헌정보 및 증거표본을 포함한 분포지 정보 등을 담은 「한반도 기후변화 적응 대상 식물 300종」을 발간했다. 이는 국내 주요 식물분류학자들과 함께 8년간 수행한 한반도 자생생물상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양한 과제를 통해 선정된 300종의 구성은 남방계식물 100종, 특산식물 100종, 북방계식물 100종이다. 남방계식물은 북위 35도 이남지역에 분포하며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개체군의 증가 및 분포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백나무, 참식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선정되었다. 반면 특산식물과 북방계식물의 경우에는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강초롱, 모데미풀, 자주솜대 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분포지 변화 또는 멸종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고산 및 아고산지역
등에 주로 주로 분포하는 북방계식물로는 주목, 분비나무, 눈잣나무 등이 있다. 이들은 개체수가 감소하고 분포지가 축소되거나 남방한계선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한반도 기후변화 적응 대상 식물 300종」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식물종의 현지 내 ․ 외 보전, 관리 및 모니터링을 수행하는데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나아가 우리 식물의 주권확보, 특산식물의 정확한 자생지 및 개체수 파악, 남방계 및 북방계 식물의 분포한계선 파악,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종의 분포역 확대 및 퇴행 경로 예측, 기후변화 취약종의 합리적인 보존 대책 수립 등 다양한 연구 및 정책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4℃ 상승한다. 이렇게 한반도 기온이 4℃ 상승할 시, 산지를 제외한 남한지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구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리가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야 하는 대표적인 근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생태계를 회복시킬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생물종을 만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증가로 바꾸는 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그 일이 지금 우리에게 남은 중요한 과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초의 자생식물 분포 연구 자료로서 우리나라 자생 식물자원의 모니터링, 보존 및 관리를 위한 식물자원 연구분야의 새로운 초석이 될 「한반도 기후변화 적응 대상 식물 300종」. 앞으로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모니터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이 책이 한반도 기후변화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우리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