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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탐방스토리
5 2014  탐방 스토리
신현탁 / 산림자원보전과 임업연구사, 허태임,윤정원,김상준/산림자원보존과 석사후연구원
  • DMZ편지
    • D

      MZ식물원 지붕에는 4월 초에도 폭설이 내렸습니다. 세상이 온통 설국이었지요. 그 차가운 눈 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식물들이 발가락을 꼼틀댔나 봅니다. 지금 연초록 새순들이 곳곳에서 봄이 왔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뢰 매설 지역으로 일반인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식물원 주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남녘에 비해 더디지만 바람꽃속 식물들이 요즘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 DMZ자생식물원 (2014. 04. 04)▶ DMZ자생식물원 (2014. 04. 24) ▶ 식물원에서 내려다 본 만대지(2014. 04. 04)▶ 식물원에서 내려다 본 만대지(2014. 04. 24)

      DMZ식물원 주변에서 만나는 바람꽃속(genus Anemone)

      이른 봄을 알리는 바람꽃속 식물들은 대개 꽃을 먼저 피우고 나중에 잎을 내밉니다. 이른 봄 꽃가루받이 할 매개충을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덕분에 꽃받침은 꽃잎처럼 탐스러워지고, 꽃잎은 꿀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략적 선택을 한 바람꽃 식물들이 꽃가루받이 심부름꾼보다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바람꽃 식물들을 사진에 담으려고 찾는 사람들과 이 연약한 바람꽃을 몇 포기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이들 때문에 자생지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들바람꽃 Anemone amurensis

       DMZ자생식물원 (2014. 04. 04)▶ DMZ자생식물원 (2014. 04. 24)
      막 꽃을 피우는 어린 들바람꽃(A. amurensis)은 고개 숙인 꽃대와 발그스름한 꽃받침 뒷면이 예뻐서 우리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잎처럼 보이는 포는 3개가 돌려나며 꽃대를 감싸고 있습니다. 낱장의 포(총포엽)는 자루가 있고 3개로 완전히 갈라지는데, 각각 갈라진 포조각의 가장자리는 불규칙하고도 깊게 갈라집니다. 포에 둘러싸여 나온 꽃대에 한 송이의 꽃이 달리며, 꽃잎처럼 보이는 6-7개의 하얀 꽃받침도 탐스럽습니다. 꽃받침의 겉은 털이 많은 반면에 안쪽은 털이 없습니다. 들바람꽃은 갈라진 포조각 중에 가운데 갈래조각에 자루가 있지요. 그런데 이에 비해 자루가 없고 꽃받침 조각이 5개인 바람꽃을 숲바람꽃(A. umbrosa)이라고 따로 분류해 한국의 희귀식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들바람꽃과의 형태학적 경계가 매우 애매하며 아직까지는 자생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 또한 부족합니다.

      들바람꽃 Anemone amurensis

       홀아비바람꽃(2014.04.11./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꽃대 하나에 꽃을 단 한 송이만 피워 올리는 바람꽃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 생김새가 유독 처량해보였는지 '홀아비'라는 국명을 단 바람꽃이 있습니다. 홀아비바람꽃(A. koraiensis) 입니다. 잎처럼 생긴 포가 세 갈래로 갈라져 꽃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치 손바닥을 펼쳐든 모양 같습니다. 꽃대에는 긴 털이 있습니다. 꽃잎처럼 위장한 꽃받침 낱장은 다섯 개로 흰색이고 동그스름합니다. 암술머리는 둥글고 대가 없으며, 암술대 아래 자방에는 잔털이 나 있습니다. 크게는 한 뼘도 넘게 자라지만, 검지 만하게 작게 자라는 개체가 유독 더 귀여워 눈길을 사로잡지요.
      ▶ 홀아비바람꽃(2014.04.11./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회리바람꽃 Anemone reflexa

      회리바람꽃(2014.04.14./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녹색의 꽃받침 잎이 뒤로 앙증맞게 젖혀져 있고, 보송 보송한 노란 꽃술이 구슬 같은 회리바람꽃(A. reflexa) 입니다. 잎처럼 보이는 포는 꽃대를 감싸며 돌아나는데, 세 개로 완전히 갈라지고 각각의 낱장은 가장자리에 들쑥날쑥한 톱니가 있습니다. 포조각잎 중앙부 양면에 흰색의 긴 털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회리바람꽃(2014.04.14./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

      꿩의바람꽃 Anemone raddeana

      ▶ 꿩의바람꽃(2014.04.14./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꿩의바람꽃(2014.04.14./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숲의 초입에 약간 그늘진 길섶에서 쉬이 만나는 바람꽃입니다. 잎처럼 보이는 포는 꽃대를 감싸고 있는데, 짧은 자루를 달고 세 갈래로 갈라지고, 낱장의 포는 또 한 번 세 갈래로 깊이 갈라집니다. 이 시기에 피는 다른 바람꽃속 식물에 비해 개화 무렵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하얀 꽃받침 조각이 열 장이 넘기 때문에 비교적 구별이 쉽습니다. 주변에 수분이 충분하면 활짝 펴지고 건조한 땅에서는 꽃잎이 둥글게 오므라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속(genus)은 다르지만 바람꽃 가족, 너도바람꽃 Eranthis stellata

      너도바람꽃(2014.04.06./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다음으로 빨리 피는 바람꽃입니다. 꽃받침 잎은 대여섯 개로 몸체에 비해 크며 하얀색이 영락없는 꽃잎 모양입니다. 꽃받침 안쪽에 꽃잎이 퇴화된 것으로 보이는 노란 꿀샘이 여러 개 있습니다. 작고 뚜렷하지 않지만 끝은 두 개로 조붓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수술은 여러 개이며, 꽃밥은 연한 자주색, 암술은 두세 개입니다. 꽃 아래 바짝 머플러처럼 받치고 있는 포는 깊고 불규칙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 너도바람꽃(2014.04.06./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모데미풀(2014.04.11./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바람꽃 가족과 함께 DMZ식물원의 봄을 알리는 희귀식물, 모데미풀 Anemone reflexa

      사람꽃속 식물이 피는 곳에서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모데미 풀이 사람 발길 드문 우리 식물원 주변에서 조심스럽지만 씩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모데미풀은 바람꽃 종류들과 마찬가지로 꽃잎처럼 변한 꽃받침이 하얗습니다. 손톱만 한 꽃받침 낱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죽이게 하는 힘이 있습 니다.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인 한국특산식물로 관심이 크지만 ‘모데미풀’의 어원은 여러 설만 제기될 뿐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모데미풀(2014.04.11./DMZ자생식물원 주변 숲) ▶

      이렇게 많은 바람꽃 식물과 근연 식물들이 꽃을 피우면서 이곳 강원도 양구 오지마을에도 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바람꽃(A. narcissiflora)이 필 때쯤이면 DMZ식물원에는 여름이 오겠지요. 그때는 봄꽃들이 여름꽃들에게 어떻게 계절의 바통을 넘겨주는지 유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더 허리를 낮추어 식물들과 눈을 맞추면서 말이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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