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식물원 지붕에는 4월 초에도 폭설이 내렸습니다. 세상이 온통 설국이었지요. 그 차가운 눈 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식물들이 발가락을 꼼틀댔나 봅니다. 지금 연초록 새순들이 곳곳에서 봄이 왔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뢰 매설 지역으로 일반인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식물원 주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남녘에 비해 더디지만 바람꽃속 식물들이 요즘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꽃대 하나에 꽃을 단 한 송이만 피워 올리는 바람꽃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 생김새가 유독 처량해보였는지 '홀아비'라는 국명을 단 바람꽃이 있습니다. 홀아비바람꽃(A. koraiensis) 입니다. 잎처럼 생긴 포가 세 갈래로 갈라져 꽃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치 손바닥을 펼쳐든 모양 같습니다. 꽃대에는 긴 털이 있습니다. 꽃잎처럼 위장한 꽃받침 낱장은 다섯 개로 흰색이고 동그스름합니다. 암술머리는 둥글고 대가 없으며, 암술대 아래 자방에는 잔털이 나 있습니다. 크게는 한 뼘도 넘게 자라지만, 검지 만하게 작게 자라는 개체가 유독 더 귀여워 눈길을 사로잡지요.
녹색의 꽃받침 잎이 뒤로 앙증맞게 젖혀져 있고, 보송 보송한 노란 꽃술이 구슬 같은 회리바람꽃(A. reflexa) 입니다. 잎처럼 보이는 포는 꽃대를 감싸며 돌아나는데, 세 개로 완전히 갈라지고 각각의 낱장은 가장자리에 들쑥날쑥한 톱니가 있습니다. 포조각잎 중앙부 양면에 흰색의 긴 털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다음으로 빨리 피는 바람꽃입니다. 꽃받침 잎은 대여섯 개로 몸체에 비해 크며 하얀색이 영락없는 꽃잎 모양입니다. 꽃받침 안쪽에 꽃잎이 퇴화된 것으로 보이는 노란 꿀샘이 여러 개 있습니다. 작고 뚜렷하지 않지만 끝은 두 개로 조붓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수술은 여러 개이며, 꽃밥은 연한 자주색, 암술은 두세 개입니다. 꽃 아래 바짝 머플러처럼 받치고 있는 포는 깊고 불규칙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사람꽃속 식물이 피는 곳에서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모데미 풀이 사람 발길 드문 우리 식물원 주변에서 조심스럽지만 씩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모데미풀은 바람꽃 종류들과 마찬가지로 꽃잎처럼 변한 꽃받침이 하얗습니다. 손톱만 한 꽃받침 낱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죽이게 하는 힘이 있습 니다.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인 한국특산식물로 관심이 크지만 ‘모데미풀’의 어원은 여러 설만 제기될 뿐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