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 국립수목원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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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풍경을 담다’특별한 전시회 속으로
담

다’라는 동사는 「물건을 어딘가에 넣는 것」 외에 「어떤 내용이나 사상을 그림, 글, 말, 표정 따위 속에 포함하거나 반영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을 담는다는 것은 아주 쉬운 작업임과 동시에 아주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생명력을 지닌 무엇이라면 그를 움직이지 않는 종이 한 장에 그림으로 옮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어딘가에 옮겨 담지만, 그들의 무게는 각각 다르다. 그러니 자연을 담는다는 것에는 엄청난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이다. 꾹꾹 눌러 담았을까. 살며시 올려 담았을까. 조심스럽게 감싸 담았을까. 자연이 통째로 고이 담긴 특별한 그림 속으로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자.

꽃피는 봄이 오면 - 김창남 作
9월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회, 송하아뜨리에의 ‘자연과 풍광을 담다’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자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송하아뜨리에 회원 11명이 꽃과 열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채화와 유화로 담아낸 작품 35점이 전시되었다. 작가들은 키가 크고 수령이 오래된 노거수는 물론 노거수와 함께하는 담쟁이덩굴, 전원의 서정적인 전경, 꽃과 과일 등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수채화의 투명함으로 자연의 수려한 장관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유화의 덧칠을 통해 꽃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그림에 담긴 자연과 풍경이 수목원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담길 수 있기를. 작은 바람 하나 보태어 본다.
자연과 풍경을 담다 전시회 이미지1
꽃피는 봄이 오면, 봄을 안고 흐르다, 여름 곁으로, 가을 속으로 물들다, 겨울 서정. 이 특별한 전시회에는 그림의 제목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있다. 봄에는 알록달록한 무지개 색이 쾌활하고 포근하게, 여름에는 밝은 파랑색이 따뜻하게 가을에는 짙은 녹색과 붉은 색이 차분하게, 겨울에는 어두운 하늘색과 노랑색이 은은하게 녹아들어 있다. 꽃은 화려하고 멋지며, 전원의 일상은 그림 액자에 스며든 형광등의 푸른빛 그림자 때문인지 조금 고요하며 나른한 기분이 드는 듯하다.
그림은 묘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안의 공기와 함께 하는 듯한 기분. 이것이 바로 자연을 담은 그림이 가져다주는 색다르고 매력적인 자연 체험이 아닐까.
자연과 풍경을 담다 전시회 이미지2
그림이 움직인다. 그림 속의 자연이 움직이고 있다. 차례로 가득 걸린 액자 앞에 서면 솔바람이 손끝을 스쳐가는 것 같기도 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며, 낙엽이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도 같다. 그림 같던 자연의 풍경은 말 그대로 그림이 되었나 보다. 그림이 자연이 되고 자연이 그림이 되는 이 거룩한 순간은 어느 것이 먼저냐는 순서의 문제따위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린다. 그렇게 그림 속에는 봄꽃이 피어나는 순간이 담겼고, 바람에 솔향기 가득 풍기던 순간이 담겼으며, 울긋불긋하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과 꽃이 만발하는 순간이 담겼다. 그러니 또한 시간이 담긴다. 그림 속에서도 가을이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과 자연의 교감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결과물을 내어 놓았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어떤식으로 자리를 잡아 뻗어나갈지는 각자의 마음에 달린 일이겠지만 자연과 풍경을 담은 그림의 무게 그대로 가볍지 않게 젖어 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