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 국립수목원 웹진 복자기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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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전시원
희귀특산식물보존원 - 이 땅에서 자라는 귀중한 식물자원의 터전을 마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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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자라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작은 곤충에서부터 그들과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동물, 작은 야생화, 오래된 고목, 키가 작은 나무, 그들이 뻗은 가늘고 굵은 뿌리와 크고 작은 열매가 함께 이 땅에 있다. 바람이 보듬고 햇살이 감싸 안아 무럭무럭 자라는 이 땅의 모든 만물들. 그들이 태어나면 희망의 싹이 움트고, 그들과 함께 꿈이 자란다. 이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은 소중하다. 수많은 이 땅의 만물 중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식물자원이 있다. 그 수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희귀 식물과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귀중한 특산식물이 그것이다. 그들에게 우리의 손길을 내어주기 위해 바로 이곳, 국립수목원 희귀 특산식물보존원이 조성되었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 입구 전경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자라는 특산식물,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희귀식물, 그들은 우리가 시급히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이러한 희귀특산식물의 보존 및 복원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희귀특산식물조본원이 조성되었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 1.5 ha의 면적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을 보호하고 연구와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600여 종류의 식물자원이 보존되어 있다. 이들의 서식 환경을 재현해 정원의 경관과 미적 요소를 고려하여 조성하였다. 또한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은 600여 종류의 적지 않은 희귀특산식물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습지식물원, 고산암석원, 고층습원 등 7개 소원으로 구분 되어 있다.
울릉도 소원, 고산암석원, 습지원, 습정원
현재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는 150여 종류의 식물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희귀식물, 특산식물을 모두 수집할 계획이다. 대략 400~500여 종류의 식물을 모두 수집하면 600여 종류의 식물들이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 조성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희귀식물은 서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이 많은데, 이번에 조성된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은 각 식물의 생육특성에 맞는 서식지를 재현해 옮겨놓는 것에 주력하였다. 고산식물의 생육환경에 맞춰 조성한 암석원을 비롯해 고층습원이나 석회암 지대도 이런 노력 하에 만들어진 식물원이다. 특히 울릉도 소원은 특산식물이나 희귀식물의 빈도가 높은 울릉도를 고려하여 별도로 식재공간을 마련하였다. 또한 한국적인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다량논 형태의 논습지를 재현하거나 장대석을 이용한 석교와 돌담등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의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이 탄생한 것이다.
울릉도, 고층습원, 습지원, 석회암지대, 한라산, 백두산, 습정원으로 나누어진 7개의 소원에는 몇몇 대표적인 식물들이 있다.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귀중해 그 가치에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남다르다 할 것은 없지만, 각 구역의 특징에 따른 실물들이 존재한다. 그 중, 울릉도에는 유달리 특산식물이 많은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만 자라는 '울릉도표' 식물들이 있다. 울릉도에서만 자란다는 뜻으로 울릉도의 옛 지명(우산국)을 따 이름 붙여진 우산고로쇠, 짙은 분홍색 꽃을 피우는 홍만병초, 동글동글 작고 고운 섬기린초, 일반적으로 초롱꽃이 백색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우는 섬초롱꽃 등이 지금 식재되어 있는 대표적인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우산고로쇠, 섬초롱꽃, 섬기린초, 만병초
고층습원에는 해오라기가 비상하는 모습을 닮은 하얀 꽃이 아름다운 해오라비난초와 금방울새란, 설앵초가 있고, 석회암지대에는 강원도 동강 지역의 산 바위틈에 서 자란다는 동강 할미꽃과 우아한 자태의 복사앵도, 흐드러지게 꽃이 핀 모습이 예쁜 분꽃나무 등이 있다. 이 중 동강할미꽃은 최근에 새로 알려진 식물인데 관상적 가치로 인해 자생지가 많이 파괴되어 시급히 보전해야 할 멸종위기식물에 해당한다. 크고 작은 돌 틈새를 뚫고 어린아이처럼 빠끔히 고개를 내민 석회암지대의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귀엽다. 장난감병정들의 나라에서 바위보다 작은 난쟁이 들이 움직이는 듯 바람에 살며시 몸을 흔든다.
복사앵도, 동강할미꽃
열매의 모양이 부채를 닮은 미선나무와 나비모양의 노란색 꽃이 가지 끝에 달리는 개느삼은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습정원에 식재되어 있다. 그들을 비롯해 백작약과 매미꽃 또한 습정원에 있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벽돌을 둘러 만든 습정원에 미선나무의 하얗고 소박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날이 기다려진다.
백두산과 한라산 소원은 돌계단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봄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백두산 특산식물인 흰두메양귀비와 기온이 서늘한 고산지대에서 서식한다는 넌출월귤은 백두산식물원에, 한라산 높은 정상에서만 자라는 시로미는 한라산 식물원에 있다. 900km가 넘는다는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의 거리를 좁힌 작은 돌계단 위에 서서 두 산을 내려다본다. 한날에 보기 힘든 두 산의 자생식물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넌출월귤, 흰두메양귀비, 시로미
유(有)를 무(舞)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무(舞)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식물들을 복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우리가 그들을 복원해야 할 시점이 오기 전에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희귀 특산식물이 멸종위기종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순간, 그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순간, 관찰이라는 명목 하에 보호해 주지 못한 순간. 그 짧은 순간동안 그들은 점점 이 땅에서 사라져 간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은 보고 즐기기 위해서만 조성된 것이 아니다. 희귀특산식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보존의 손길을 더하기 위해 이곳,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이 존재한다. 그들을 보고 즐기고, 아끼고 사랑하자. 그리하면 그들도 희망의 꽃을 가득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