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 정부간협 의체)에 의하면,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또한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5℃ 상승할 경우 지구상의 동·식물 20~30%가 멸종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 상승했으며, 21세기 동안 20세기 말보다 4℃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자생식물의 분포지 축소현상이 심화되고 북반구의 식생대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북방계 식물은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방계 식물이 피신해 자 생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풍혈지역이다. 풍혈(風穴, air-hole)지역이란 산림 내 분포하는 애추, 암괴원, 암괴류 사면의 바위틈에서 여름에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이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오는 구멍으로, 국소적인 특이 기후환경을 형성하는 지역(바람구멍 또는 바람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빙혈(氷穴, ice hole) 또는 얼음골(ice valley)로 불리는 지역이다.
풍혈지역은 산림생태학적 가치로 북방계 식물의 피난처(refuge)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빙하기에 남하한 북방계 식물이 후빙기 이후 격리되어 생존한 지역으로 현재 고산 및 아고산대가 식물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방계 희귀식물의 현지 내(in-situ) 보존 기지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지역이다. 개느삼, 월귤, 청시닥나무, 세잎종덩굴, 정향나무, 주목, 마가목 등 우리나라의 고산 또는 아고산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이 특이하게도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 위치한 풍혈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다. 생물자원 보전의 성공 여부는 공급원(gene pool)을 얼마나 많이 확보 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풍혈지역은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생물자원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풍혈지에 위치한 산림식물 자생지의 급격한 쇠퇴현상이 조사됐으며, 이는 기후변화 현상과 함께 북방계 식물남획, 풍혈지역의 인위적인 훼손에 의한 것으로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보전·적응사업'을 추진하여 설악산에서 한라산까지 전국 각 지역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의 생장과 식물계절학적 변화를 조사하였다. 현지 조사에는 북방계 식물들이 자생하는 지역이 해발 1,000m 미만인 지역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지역이 대부분 '풍혈지역'이다. 주변 지역과 매우 특이한 미세기상환경을 조성하여 식물들의 분포에도 영향을 주었고 산림내 생물다양성 유지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립수목원에서는 2009년부터 풍혈지역의 지질학적 정의, 유형, 원리 등 기초분야에서부터 식물의 분포까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여 정리하였다.
본 발간도서 『한국의 풍혈』은 2009년부터 5년간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수행해온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보전·적응사업'을 통해 정리된 우리나라 '풍혈지역'에 대한 보고서이다. 풍혈지역의 지리적인 특성, 풍혈지역 자생식물의 특성, 우리나라 풍혈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본 도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지역들은 지속적으로 발굴·조사하여 추후 보완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은 『한국의 풍혈』을 통해 풍혈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후변화에 대비한 북방계 식물의 보전 연구 및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