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는 온도, 빛, 수분 등 굉장히 많은 환경요인들에 영향을 받아서 발아하거나 휴면을 하게 된다. 이 중 온도는 종자의 휴면 상태를 변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많은 종자는 휴면타파를 위해서 저온이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여름 → 가을 → 겨울의 온도를 순차적으로 받아야 휴면이 타파되는 종자도 있다. move-along experiment는 종자의 휴면타파를 위한 온도와 온도의 순서를 결정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미발달된 배를 갖고 있는 종자부터 배가 이미 다 발달된 종자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종자가 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외된다. 따라서 실험 전에 종피의 투수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종자를 며칠 동안 습윤 상태로 놓은 후 무게를 측정하여, 건조종자 무게 대비 약 20% 이상 증가하였을 때 종피의 투수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투수성이 있는 종자를 일부 온도범위에서 배양했을 때 2~4주 동안 발아를 하지 않는다면 휴면종자로 가정하고 move-along experiment를 실행해보자.
move-along experiment의 온도 설정은 겨울온도로 5℃, 여름온도로 25/15℃ 또는 30/15℃로 설정하며, 초가을과 늦봄온도로 20/10℃, 늦가을과 초봄의 온도로 15/6℃를 설정한다. 각 온도는 12시간 간격으로 변경해주고 해당 지역의 계절별 평균 온도로 조정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종자는 빛이 있을 때 발아가 더 잘 이뤄지기 때문에 빛은 설정온도에서 고온이 시작되기 전과 저온이 시작된 후에 각각 1시간씩 더 연장해서 총 14시간 광주기로 조사한다. 만약 종자의 수량과 발아상의 수가 제한된다면, 늦가을과 초봄의 온도(15/6℃)를 제외할 수 있다. 총 18개의 페트리디쉬(Petri dish)를 준비하여 토양이나 모래, 거름종이를 깔고 습윤 시킨 후, 각각 50립씩 종자를 치상한다. 희귀식물 종자의 경우, 25립씩 치상하여도 된다. 5℃, 15/6℃, 20/10℃, 25/15℃(30/15℃)에 대조구로서 각각 3개의 페트리디쉬를 넣고, 남은 6개의 페트리디쉬는 2개의 이동구(move-along)를 위해 준비한다. 한 이동구는 5℃에서 시작하고, 다른 이동구는 25/15℃에서 시작하여 표1과 같이 일정기간 동안 해당온도에 배양시킨다. 만약 15/6℃를 제외했다면, 20/10℃가 4주에서 8주로 배양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종자가 휴면타파를 위해 여름 온도만 필요하다면 25/15℃에서 시작한 이동구의 경우 여름온도에서 가을온도로 이동했을 때 발아가 가장 잘 될 것이다. 반면에 4개의 대조구와 5℃에서 시작한 이동구에서는 발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오직 겨울온도만이 휴면타파에 필요한 종자일 경우, 5℃에서 시작한 이동구는 겨울온도에서 봄온도로 이동했을 때 가장 높은 발아율을 나타낼 것이다. 반면에 25/15℃에서 시작한 이동구와 4개의 대조구에서 모두 발아하지 않을 것이다.
온도의 순서가 휴면타파에 영향을 미치는 종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만약 ‘여름온도 → 겨울온도’가 종자의 휴면을 타파한다면, 5℃에서 시작한 이동구에서는 겨울온도에서 봄온도로 이동했을 때 발아하지 않지만, 25/15℃에서 시작한 이동구가 봄온도로 이동했을 경우에는 발아하게 된다. 이 때, 대조구에서 봄온도에 해당하는 15/6℃와 20/10℃에서 배양된 종자는 발아하지 않는다. 또한 5℃에서 시작한 이동구는 ‘봄 → 여름 → 가을 → 겨울 → 봄’으로 이동할 경우, ‘여름 → 겨울’의 순서를 충족시킨 후인 두 번째 봄온도에서 발아할 수 있다.
이렇게 2개의 이동구와 4개의 대조구에서 종자가 어느 조건을 만족하였을 때 발아하는지를 비교함으로써 온도에 대한 종자의 휴면타파 조건을 알 수 있다. 자, 만약 그대가 연구하고자 하는 종자의 양이 적어 실험하기를 고민한다면 지금 당장 move-along experiment를 시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