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의 잉태!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생기고 그 생명체를 품어 살게 하는 번성한 숲에서 우리 들은 수많은 생명의 신비를 본다. 아직도 생명의 기원은 수많은 과학적 연구에 의한 지식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신비함으로 남아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생명의 신비가 사람에게 깃드는 것은 수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생명의 축복을 바르게 받아들여 키워내고 태 안에서 잘 지켜내는 것이 태교가 아닐까. 태반을 통해서 정성을 다한 사랑의 교육이 태아에게 전달되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하고 심신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는 근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태교라고 생각된다.
국립수목원에서는 태교의 중요함을 인식하여 2011년부터 숲 속 태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운영하는데 참여 방법은 입장 예약을 한 토요일 오후 1시 30분까지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자격은 임신 8주에서 36주 이하인 임신부와 그 배우자 20쌍이며 두 명의 강사가 진행한다. 프로그램 운영 장소는 주로 입장객의 왕래가 적고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전나무 숲에서 진행된다.
숲 태교를 하는 장소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높여주며 호흡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삼림욕의 주 물질로 모든 식물이 곰팡이나 각종 유해 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발산하는 살균효과가 있는 방향성 물질이다. 임신부들의 호흡을 통해 이 피톤치드가 체내로 흡수되면 뇌의 피질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태아와 엄마의 심폐기능 강화와 면역력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 전나무 숲은 냇물 가까이 있어서 음 이온이 많이 나온다. 음이온은 체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시키고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대뇌에 작용함으로써 뇌 속에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하여 임신의 기쁨 속에서도 갖게 되는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줄여 엄마의 심한 감정의 기복을 조절해 준다. 그러므로 심신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혈액순환과 물질대사를 활발하게 하므로 숲에서 하는 태교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곳곳의 숲에서 숲 태교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국립수목원의 아름다운 숲을 거니는 참가자들, 손을 꼭 잡고 함께 숲길을 걷는 부부 중에는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걷는 예비아빠들도 있다. 숲의 바람과 새, 온갖 곤충, 고요하고 청량한 물소리, 신선한 향기 등이 숲에 드는 참가자들의 가슴을 펴게 하고 행복에 젖게 한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인사하듯 피어난 모습에서 저마다 감탄을 하며 부부가 손을 잡고 숲에 몰입하는 모습은 우리 진행자들 까지도 시간여행을 하여 다시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숲 태교의 진행 방법은 강사들 마다 조금씩 다르다. 손을 잡고 숲길을 걸으며 믿음, 배려, 사랑, 헌신, 동행, 다름, 소통, 소망, 행복, 존중 등의 주제어를 주고 그 뜻을 태아에게 도란도란 들려주게 하는 산책, 숲의 여러 구성물들의 삶을 통한 깨달음, 깊은 호흡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스트레칭, 숲의 소리 듣기, 명상, 서로가 부부됨을 감사하기, 서로에게 해주는 부부 마사지, 동요 함께 부르기 등을 하고 진행자에 따라 약간씩 다른 패턴으로 자유롭게 숲을 차용하며 운용한다.
태아의 평생 건강과 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태교! 태아와의 교감을 국립수목원의 아름답고 유서 깊은 숲에서 나누는 숲 태교는 영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안정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엄마 아빠가 오감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숲의 기운이 태아와 산모를 건강하게 하고 나아가 건강한 출산을 하게하며 웃음이 넘치는 행복하고 튼실한 가정을 이루게 할 것이다.
조선 순조 시대 여성 실학자인 '사주당 이씨'가 62세 때 완성한 최초의 태교 전문 서적인 '태교신기'에 의하면 태중에 있을 때 10개월의 교육이 태어난 후의 10년 교육 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 글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는 듯 참여 부부가 마음을 다해 숲 태교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진행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참가자들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숲 태교가 임신한 부부와 그 가족, 주위 사람들뿐만 아니라 숲도 함께하는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전나무 숲길을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내려가는 예비 엄마, 아빠와 태아.
그들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숲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느껴보았기를 바라며 꿈을 꾸듯 참가자들을 배웅한다. 그리고 멀어지는 그들이 구멍이 숭숭 뚫려 무너지지 않고 거센 바람을 통과시키는 제주의 돌담처럼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지만 막힌 벽이 아니고 소통하는 담이 되어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