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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수목원 전시원
8 2014 수목원전시원
김윤하 / 전시교육과 석사후연구원
  • 국립수목원의 길을 따라 걷다.
    • 국

      은 사람, 동물, 자동차 그 외에도 물, 바람과 같은 것이 지나다니는 공간을 말한다. 국립수목원의 길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기능도 각양각색이다. 수목원의 길은 관람객들에게 멋진 전시원의 경치를 선사하는 공간인 동시에 전시원 안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서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수목원 사이사이에 난 길이 없으면 우리는 전시원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없고 멋진 경관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목원의 길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항상 다니는 길가 언저리의 발에 체이는 얕은 흙더미, 먼지가 낀 보도블록 틈 사이를 바짝 엎드려 들여다 본적이 있는가?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길'. 그 안에는 전시원과는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다. 국립수목원의 '길'이라는 또 하나의 전시원을 소개한다.

       국립수목원 길의 종류
      국립수목원의 길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콘크리트나 보도블록이 깔린 넓은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닐 수 있고, 때론 전시원의 작업차량의 작업동선이 되기도 한다. 전시원 사이에 난 작은 흙길들은 폭이 보다 좁아서 관람객들과 전시원의 생물들을 더 가깝게 접할 수 있게 한다. 나무 데크 또한 전시원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답압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전시원의 환경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나무다리도 하천 전시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국립수목원의 멋진 길
      국립수목원의 길은 계절마다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무더운 여름에도 광릉숲 나무들이 제공하는 그늘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관람할 수 있다.
      국립수목원 안내도
      ① 느티나무길 ① 느티나무길 국립수목원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길이다. 광릉숲으로 둘러싸여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넓은 길 가운데에 느티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② 화목원길 ② 화목원길 꽃이 아름다운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동산. 봄의 화목원길은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서 국립수목원 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연출한다. 여름철에는 전시원뿐만 아니라 길에도 초본이 무성하게 피복 되어 걸을 때마다 밟는 감촉이 폭신하고 싱그 럽다..
      ③ 덩굴식물원길 ③ 덩굴식물원길 덩굴식물원은 다른 전시원의 길과 다른 덩굴식물 파고라(그늘막) 전시원이다. 개다래, 으름덩굴, 노박덩굴 등으로 만들어진 파고라를 통과하면 이색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④ 만병초원길 ④ 만병초원길 키 큰 침엽수 아래에 상록성 관목인 만병초가 심겨져 있는 비밀의 화원이다. 늦은 봄 여러 종류 의 만병초가 꽃을 피우는 너무나 아름다운 길 이다.
      ⑤ 손으로 보는 정원과 수생식물원 사이길 ⑤ 손으로 보는 정원과 수생식물원 사이길수생식물원을 관망할 수 있는 나무 데크. 손으로 보는 정원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수생식물원 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⑥ 전나무숲길 ⑥ 전나무숲길 하늘 높이 솟아오른 전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80년 이상의 전나무 를 보면서 산책하면 몸도 마음도 시원해진다.
      ⑦ 육림호길 ⑦ 육림호길관상수원에서 육림호로 이어진 길. 광릉숲을 양 쪽에 끼고 숲에 둘러싸여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숲생태관찰로에 들어 가서 광릉숲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⑧ 숲생태관찰로 ⑧ 숲생태관찰로광릉숲의 내부를 가로지르는 데크길로 숲 안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른 봄의 낙엽활엽수로 이루어진 숲 바닥에 노란 꽃을 피우는 피나물 군락이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넘어진 전나무를 관찰할 수 있다.
      길을 따라 사는 식물들
      일반적으로 '길'은 사람과 야생동물이 밟고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인접해 있는 전시원과는 다른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다. 바로 '답압(踏壓)'이라는 발로 밝힘 현상으로 흙이 다져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시원 안의 토양에 비하여 길의 토양은 항상 단단해지고 토양 알갱이 사이의 공극(空隙)이 쉽게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보통의 식물들은 살 수 없다. 신기하게도 길이 가진 환경조건을 따라 사는 식물종이 있는데 이러한 식물들은 밟힘, 즉 물리적 교란에 잘 적응한 생물체이다.
      길 위의 식물들은 항상 밟히는 것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본래 크기로 자라지 못하고 항상 왜소하게 자란다. 하지만 이러한 식물들은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뿌리를 내리어 길 위에 불안정하던 흙 알갱이를 잡아주어 더욱 많은 식물들의 서식환경을 만들어 준다. 또한 곤충과 같은 작은 동물들의 은신처, 피난처 또는 삶터를 제공한다. 맨바닥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보다 경관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제공하며, 복사열을 감소시켜 바닥의 온도를 비교적 낮게 유지시킨다.
      그렇다면 국립수목원 길에서 주로 관찰되는 식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① 질경이 Plantago asiatica L. 질경이과 질경이 Plantago asiatica L. 질경이과
      질경이는 길에 사는 가장 대표적인 식물이다. 국립수목원의 길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흙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일본, 동아시아를 포함한 북반구 온대지역의 길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질경이는 길에서 밟힘을 견디기 위하여 잎의 관속줄기가 질기다.
      ② 개미자리 Sagina japonica (Sw.) Ohwi 석죽과 개미자리 Sagina japonica (Sw.) Ohwi 석죽과
      개미자리는 키가 1㎝정도, 줄기의 폭도 1㎜내외로 아주 작은 식물이기 때문에 길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해야 관찰할 수 있 다. 양지바른 곳 또는 약간 그늘진 곳에 토양이 조금 습한 장소에 살고 있다. 수목원의 길가에 직접 밟히는 곳이 아닌 가장자리를 따라 살고 있다. 도심 속에서도 보도블록 틈바구니에 흙 알갱이가 채워져 있고 약간 습한 장소라면 어김없이 개미자리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③ 길골풀 Juncus tenuis Willd. 골풀과 길골풀 Juncus tenuis Willd. 골풀과
      길골풀은 일반적으로 산지 계곡부 가까이 비교적 습한 길에 사는 식물이다. 다른 전시원에 비하여 화목원의 길에 매우 많 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것은 화목원의 토양 수분환경이 양호하다는 증거이다. 길골풀은 하나의 개체에 많은 수의 가지가 뭉쳐나며, 질긴 식물체는 바닥에 단단하게 붙어 생육한다. 예초를 해도 다시 새가지가 돋아나고, 웬만큼 밟아도 무리 없이 잘 살아간다.
      ④ 비노리 Eragrostis multicaulis Steud. 벼과 비노리 Eragrostis multicaulis Steud. 벼과
      비노리는 사람들에게 자주 밟히는 곳인 길 주변, 가정집 마당에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직사광선이 바로 내리 쬐이는 건조한 곳에 생육하기 때문에, 보통의 식물들은 잘 살 수 없는 장소에 산다. 식물체의 크기는 환경조건에 따라 크게도 자라기 때문에 비노리의 크기가 작다면 분명히 밟히거나 토심이 얕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⑤ 석류풀 Mollugo pentaphylla L. 석류풀과 석류풀 Mollugo pentaphylla L. 석류풀과
      석류풀은 일년생 잡초 식물로, 농촌의 밭 언저리와 길 주변에서 관찰된다. 도시 인근보다는 농촌, 산기슭 근처에 더 많이 생육하는 초본이다. 국립수목원에서도 길의 가장자리를 따라 생육하고 있지만, 직접 밟히는 장소에는 그 수가 적다. 7~10월까지 흰 꽃을 피우는데, 길 언저리 흙바닥에 납작 붙어 흰색 꽃을 피우는 석류풀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우리와 자연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길로 인해 우리는 여러 전시원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때로는 멀리서 경관을 관망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길에 산다고 관심 없이 지나쳤던 잡초들도 그들만의 생태계 속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자연을 공부하는 자세이고 배려의 시작이 아닐까. 국립수목원의 멋진 길 위에서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힐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