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식물원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대암산 용늪 입구에 다다릅니다. 대암산은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에 걸쳐 있는 1,304m의 산으로, 정상 부근(해발 1,280m)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습니다. 용늪은 일찍이 1973년에 천연기념물 246호로 지정되어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1989년에는 생태계보전지역, 1997년에는 람사르 협약습지로 등록되었고, 1999년에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약 4천5백년 간 꾸준히 퇴적된 이탄층이 발달되어 있고, 조름나물, 비로용담 등 세계적인 희귀식물의 서식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용늪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과 '생태계 보전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한국전쟁 후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해왔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으로는 2012년 5월부터 개방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반인들의 출입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대암산 일대를 관할하는 육군 제21보병사단과 원주 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고서야 우리 DMZ식물원에서도 몇 차례 대암산 용늪 식물탐사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용늪은 큰용늪, 작은용늪, 그리고 최근에 확인된 애기용늪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은용늪과 애기용늪 조사 내내 총을 든 육군 장병 두 사람이 우리 일행과 동행했고, 큰용늪에 이르러서는 원주지방환경청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했습니다.
대암산 용늪에서 만난 나도제비란입니다. 1,000고지 이상 고산의 다소 습한 숲속 가장 자리나 사면에 드물게 자라는 난초과 식물로 손가락 한 마디에서 한 뼘 남짓(9-19cm) 자랍니다. 여름을 알리며 5-7월경 피는 꽃은 줄기 끝에 2개씩 달리며 입술 모양의 꽃잎 낱장은 넓은 달걀 모양으로 보이기도 합니 다. 분홍빛 꽃이구나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흰색 바탕에 분홍색 반점이 찍혀 있는 게 특징적입니다. 7-8월 타원형의 열매가 맺혀서 삭과로 익습니다. 꽃이 희귀하고 아름다워 남획의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자생지도 드물 뿐더러 개체수도 적어 안타 까운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높은 산 습지에서 매우 드물게 자라는 식물 로, 지금까지 국내 습지 몇 곳에서만 발견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인 식물 이며 일본, 중국, 몽골 등 북반구 고위도에서 자라는 북방계 습지식물입니다. 여러해살이 식물로 뿌리줄기는 길게 옆으로 뻗으며 높이 는 한 뼘에서 두 뼘 남짓(20-40cm) 자랍 니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모여 나며 잎자루 가 길고, 4-8cm 정도의 길쭉한 달걀 모양의 작은 잎 3장이 겹잎을 이룹니다. 5월 말경 우리 조사팀이 확인한 조름나물 꽃은 잎 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총상꽃차례
로 모여 달려 있었으며 꽃부리는 흰색으로 안쪽에 털이 빼곡했습니다. 이내 열매는 삭과로 영글어 동글동글한 종자를 맺게 되겠지요. 대암산 용늪에 자생하는 조름나물의 생육상태가 매우 불량하여 꽃을 거의 피우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애기용늪에서 만난 조름나물들은 하얀 꽃을 참 예쁘게도 달고 있었습니다. 한방에서는 '수채(睡菜)'라고 하여 조름나물 전초를 달여서 정신불안 치료제나 소화제로 썼다고 합니다. 한자 이름에서 비롯된 '졸음나물'이 지금의 '조름나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높은 산 숲속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뿌리줄기가 길게 뻗으며 높이 5-25cm정도까지 자랍니다. 줄기 밑 부분의 잎은 비늘같이 달리고 윗부분의 잎은 5-8장이 돌려나며 장타원형 또는 난형으로 가장 자리 가 밋밋합니다. 지난 5월 말 우리 조사팀은 용늪 기생꽃의 개화를 확인하였고, 꽃자루 에 꽃이 1개씩 달리고 꽃부리는 흰색으로 대개 7개로 갈라지는 모습을 관찰하였습 니다. 또한 꽃 진 자리에 이내 맺히게 될, 둥근 삭과로 익는다는 열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일본, 중국 동북지방, 러시 아 극동지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강원 도 및 경상남도 지역에 10곳 미만의 자생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기생꽃의 근연종으로 참기생꽃(Trientalis europaea)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참기생꽃과 구별하여 기생꽃의 실체를 인정하는 반면, 국제 식물분류학계에서는 기생꽃을 별도로 기재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내 및 일본 자료를 참고하면, 참기생꽃에 비해 식물체 높이와 꽃 크기가 작고, 잎이 도란형으로 끝이 둥근 차이를 들어 기생꽃을 인정하나, 분류학적 한계가 불분명합니다. 기생꽃에 대한 분류학적 검토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고산지대 풀밭 또는 습지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용 늪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 니다. 줄기는 곧게 서며 털이 거의 없고 가는 줄기가 옆으로 뻗습니다. 잎은 마주 나며 좁은 난형으로 길이 0.7-1.5cm이고 잎자루 는 없습니다. 우리가 용늪에서 관찰 한 비로 용담의 꽃은 줄기 끝에 1-3개가 보라색 종 모양으로 달리는데, 화관 입구가 털로 덮여 있어서 수술 보기가 만만치 않습 니다. 또한 식물체를 건드리면 꽃잎을 닫아 버려 비로 용담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우리 조사팀의 애간장을 녹이기도 했습니다. 한껏 만개한 꽃을 보며 삭과로 익어갈 열매 또한 가늠해 봅니다. 자생지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새로운 자생지에 대한 탐색이 간절한 멸종위기식물입니다.
산지 습지에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6cm에서 크게는 30cm정도 자랍니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 나며 옆으로 퍼지고 난형으로 밑부분이 갑자기 좁아져 잎자루로 흐르며 표면에 붉은색의 끈끈한 샘털이 있습 니다. 우리 조사팀에서 5월 말에 카메라 에 담은 끈끈이주걱은 뿌리에서 올라온 긴 꽃 줄기 끝에 한쪽으로 치우친 수상 꽃차례로 모여 달리며 꽃은 5개로 흰색입니다. 열매는 삭과로, 익으면 3개로 갈라 집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개체수도 비교적 풍부한 편 입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벌레잡이풀이라는 독특한 특성때문에 남획의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개체군 변동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산 숲속이나 능선에 주로 자라는 여러 해살이풀로 굵은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높이 30-45cm 정도 자랍니다. 잎은 5-9개가 2줄로 어긋나며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 으로 양끝이 좁고 뒷면 맥 위에 잔 돌기가 있어 특징적입니다. 5월 말 용늪에서 확인한 자주솜대의 꽃은 줄기 끝에 발달하는 총상 꽃차례에 모여 달리며 다소 황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황색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름처럼 자줏빛이 돌며 꽃덮이는 뒤로 말립니다. 열매는 둥근 모양, 다갈색, 장과로 익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특산 식물로 1,300m 이상의 높은 산 능선과 백두 대간을 따라 분포합니다. 개체수가 비교적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자생지 탐색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