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명에 지역명이 들어가 있는 식물 종들은 대부분 그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거나, 그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분포하는 종들이다. 그 중, 단양쑥부쟁이, 정선황기, 제주고사리삼, 한라솜다리, 위도상사화, 홍도서덜취, 부산꼬리풀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분포가 매우 한정적인 희귀·특산식물인데, 이와 같은 식물들은 한반도의 고유한 자연환경에 적응 진화해온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유일하고도 독특한 식물로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생물 유전자원이라 할 수 있다.
부산꼬리풀(Veronica pusanensis Y.Lee)은 2004년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해안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고(故)이영노 박사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되어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종소명 pusanensis의 의미가 '부산의'라는 뜻으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부산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매우 귀한 특산식물이다.
부산꼬리풀이 속하는 Veronica속은 과거에는 현삼과(Scrophulariaceae)에 속하는 분류군이었으나 최근 피자식물의 계통분류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이 이루어지면서 질경이과(Plantaginaceae)로 분류계급이 이동되었다. Veronica속내에서 부산꼬리풀은 구와꼬리풀, 섬꼬리풀, 봉래꼬리풀, 산꼬리풀 등과 함께 꼬리풀아속(Subg. Pseudolysimachium)에 포함되는데, 이 꼬리풀아속의 분류학적 지위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Section Pseudolysimachium, Subgenus Pseudolysimachium, Genus Pseudolysimachium).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Pseudolysimachium을 광의의 Veronica속의 아속(subgenus)으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D.C. Albach, 2004, 2008).
국내의 꼬리풀아속(Subg. Pseudolysimachium)에 포함되는 식물로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섬꼬리풀 (Veronica nakaiana Ohwi)을 포함하여, 구와꼬리풀(Veronica dahurica Steven), 큰구와꼬리풀(Veronica pyrethrina Nakai), 꼬리풀(Veronica linariifolia Pall. ex Link), 산꼬리풀(Veronica rotunda var. subintegra (Nakai) T.Yamaz.), 긴산꼬리풀(Veronica longifolia L.), 넓은잎꼬리풀(Veronica kiusiana Furumi), 봉래꼬리풀(Veronica kiusiana var. diamantiaca (Nakai) T.Yamaz.), 부산꼬리풀(Veronica pusanensis Y.Lee) 등이 자생하고 있다.

부산꼬리풀은 다른 꼬리풀아속에 속하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원줄기 끝에 푸른빛의 자주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리는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해변에 자생하는 부산꼬리풀은 식물체 전체가 옆으로 누워서 자라며, 잎이 가죽질로 두껍고, 화서에 꽃이 매우 밀집하고, 자방에 털이 있는 특징 들로 다른 꼬리풀아속 식물과 구분된다. 부산꼬리풀은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자생지 내에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수목원에서는 불법 채취로 인한 자생지 훼손 현장 2011년부터 부산꼬리풀 종보전을 위한 다양한 보전생물학적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현재 부산꼬리풀은 희귀식물 목록집에서 자료부족 종(Data Deficient)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 의하면 현재 자생지내 분포면적은 약 200㎡이고, 개체군내 성숙개체수가 50여 개체 이하로 나타나 IUCN 적색목록 B와 D 기준에 의해 멸종위기종(CR)으로 재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적절한 대체서식지 복원을 위하여 자생지에서 수집된 종자로 부터 대량증식에 성공하였으며, 복원에 식재할 증식개체의 유전적다양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증식된 개체와 자생집단의 유전다양성을 비교하였다. 자생 집단에서 채집된 29개 체와 증식된 개체 중 임의로 선정된 39개체를 대상으로 ISSR(Inter Simple Sequence Repeat)마커를 이용한 ISSR(Inter Simple Sequence Repeat)마커를 이용한 유전변이를 산출한 결과, 자생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 SI=0.490, h=0.332로 나타났으며, 증식집단은 SI=0.445, h=0.301로 두 집단 간의 유사한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산시 기장군, 화명수목원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여, 부산꼬리풀의 현지내·외 보전 방안을 마련하였다. 우선적으로 국립수목원에서는 지난 5월 1일 국내의 유일한 부산꼬리풀 자생지를 보전하기 위하여 약 100㎡의 면적에 보호펜스를 설치하였으며, 부산시 화명수목원에 현지외 보존원을 조성하였다. 또한, 앞으로 세 기관은 자생지보호와 시민 홍보를 통하여 귀중한 식물자원의 가치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다짐하였으며, 자생지 및 대체 서식지의 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