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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산림생물연구
1 2015 산림생물연구
소순구 / 산림생물조사과 박사후연구원
  • 우리만의 귀중한 유전자원 한국특산식물 섬시호

    • 한국특산식물(Korean endemic plants)은 한반도의 자연 환경에서 적응 진화해온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유일하 고도 독특한 식물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섬시호(Bupleurum latissimum Nakai)는 산형과(Api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세계적으로 한국의 울릉도에만 분포 하는 특산식물이며, 세계보전연맹(IUCN)의 평가기준과 범주에 따라 멸종위기종(CR; Critically Endangered) 등급에 해당하는 희귀식물이다. 섬시호는 1970년대까지 울릉도의 해안가 일대에서 관찰되었으나 서식지 환경의 변화로 급속히 사라져 많은 학자들의 정밀 탐사 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던 식물이다. 그러나 멸종된 것으로 알려 졌던 섬시호가 2000년대에 국립수목원 조사팀에 의해 발견된 후 일부학자들에 의해 추가 자생지가 밝혀지면서 이 식물의 보전 및 관련 연구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 생물학 적 기초자료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현재 까지 보고된 섬시호와 관련된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섬시호에 대해 알아보고 이 식물에 대한 관심과 보전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정보를 제시하려고 한다.

      섬시호 Bupleurum latissimum Nakai

      섬시호의 생태(Ecology of Bupleurum latissimum population)

      섬시호는 바닷가에서 가까운 계곡부의 북동-북서 사면의 해발고 50-180m 사이의 경사도 30-58°인 매우 가파른 지역에 자생하며 이곳은 햇빛이 잘 들고 통기가 우수한 암반층위 토양이 있는 곳이다. 자생지의 식생은 교목층이 거의 없고, 아교목층으로 느티나무, 붉나무, 우산고로쇠, 산뽕나무 등이 자라며, 관목층으로는 왕매발톱나무, 섬국수나무, 섬괴불나무, 섬쥐똥나무 등이, 초본층에는 넓은잎쥐오줌풀, 섬쑥부쟁이, 섬기린초, 왕둥굴레, 비늘고사리 등이 우점하는 지역에 섬시호가 출현한다. 울릉도 섬시호 자생지 섬시호 군락의 생태적 환경을 살펴보면 토양의 유기물 함량(19.0-25.6%)이 일반 산림토양에 비해 매우 높은 특성을 보이는데 자생지가 주로 노출된 암반 주변에 분포하여 암반 사이에 유기물이 축적된 결과이며, 이러한 특성은 토양 중 전질소함량(0.67-0.96%) 또한 높게 나오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토양 중 유효인산함량(47.8-103.0 ppm)이 높은 특성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이유는 울릉도가 화산의 분출로 형성된 섬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섬시호의 분류(Taxonomy of Bupleurum latissimum)

      시호속(Bupleurum L.)은 산형과 내에서 가장 큰 속 중 하나로 유라시아에 150여종이 분포한다. 시호속은 단엽이고 거치가 없으며 엽맥이 평행맥인 특징에 의해 과내의 다른 속들과 구분되며 한국에는 섬시호를 비롯하여 시호, 개시호, 등대시호, 참시호 총 5분류군이 분포한다.
      섬시호는 일본의 식물학자 Nakai에 의해 '잎이 신장상 난형이고, 경생엽은 잎자루가 짧거나 없으며 엽저가 이저의 형태로 줄기를 감싸는 특징'으로 1917년 시호속의 신종으로 기재되었다. 학명의 종소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잎이 '매우 넓은'의 뜻을 가진 라틴어 'latissimus'로 이름 지어진 식물이다. 광타원형인 섬시호의 근생엽, 복산형화서인 섬시호의 화서, 엽저가 이저의 형태인 섬시호의 경생엽 섬시호의 식별 포인트는 식물체의 높이가 70-130cm 달하는 대형이고, 속내 근연종에 비해 1-2개월 정도 이른 개화(5월 중순)를 한다는 점이며 속내 유일하게 근생엽이 반상록성으로 겨울에도 남아있는 특징과 광타원형 또는 심장형의 넓은 잎 및 엽저가 이저의 형태로 줄기를 감싸는 특징 또한 주된 식별형질이다.

      <섬시호와 근연분류군에 대한 검색표>

      • 1. 경생엽은 이저다. 화서가 나오는 포엽이 경생엽과 구별된다.
        • 2. 소총포는 난형이고 꽃보다 길다. 소화경수는 16-25개다.
          • 3. 식물체는 대형(70-130cm). 소총포는 녹색. 근생엽은 상록성. 꽃은 5월 말에 개화.
            • ......................................................................................................섬시호 B. latissimum
          • 3. 식물체는 소형(20-45cm). 소총포는 연한 황색. 근생엽은 낙엽성. 꽃은 7월 말에 개화.
            • ..................................................................................................등대시호 B. euphorbioides
        • 2. 소총포는 선형이고 꽃보다 작다. 소화경수는 7-15개다.
          • ........................................................................................................개시호 B. longiradiatum
      • 1. 경생엽은 이저가 아니다. 화서가 나오는 포엽이 경생엽과 구별되지 않는다.
        • 4. 엽맥이 이면에만 돌출한다. 섬유잔유물이 줄기기부에 없다.
          • .......................................시호 B. falcatum
        • 4. 엽맥이 표면과 이면 양면에 돌출한다. 섬유잔유물이 줄기기부에 있다.
          • .................................................................................................참시호 B. scorzonerifolium

      섬시호의 수분생물학(Pollination biology of Bupleurum latissimum)

      웅예선숙형인 섬시호 꽃의 발달과정 섬시호의 개화시기는 5월 중순 경으로 줄기 끝에 있는 정단화서로부터 동시에 개화한 후 아래쪽 화서로 내려오기 때문에 한 개체 당 개화기간이 긴 특징을 보인다. 꽃은 노란색으로 개화하여 약 3일간 지속되며 암술은 개화 1-2일째에 작은 돌기 형태였다가 꽃이 지기 시작하는 3일째부터 화주가 성숙하여 길게 나오고, 꽃잎은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며 탈락한다. 이상의 꽃 발달과정을 통해 섬시호는 암술이 성숙하기 전에 수술의 약으로부터 화분이 방출되는 웅예선숙형 식물(protandrous plant)임을 알 수 있다.
      자생지내에서 섬시호의 자연결실률(71.6%)은 비교적 높은 편이며, 차단봉투를 설치하여 수술을 제거하지 않은 꽃도 결실(6.2%)되어 수분매개자의 방문 없이도 자가수분이 가능한 자가화합성(self-compatibility) 식물이다. 섬시호의 수분매개자1:호리꽃등에 Allograpta balteata, 섬시호의 수분매개자2:흰줄꼬마꽃벌 Lasioglossum occidens 섬시호의 수분매개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섬시호를 방문하는 곤충은 총 4목 7과 12종이었고, 방문의 빈도는 오전 9시-13시까지 가장 높았으며 야간에는 곤충의 방문을 확인 할 수 없었다. 섬시호 우점 방문 곤충이며 효율적이고 주된 수분매개자(TP; true pollinator)는 호리꽃등에(Allograpta balteata)와 흰줄꼬마꽃벌(Lasioglossum occidens)이다. 이들 곤충은 섬시호 꽃에 앉기 전 여러 번 관찰한 후 신중히 꽃에 앉고 꽃에서의 체류시간은 1분 정도이며 호리꽃등에의 경우 다른 곤충들과 다르게 수술을 잡고 섭식하는 행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며

      섬시호는 자연상태에서의 결실율이 비교적 높은 식물이며 종자생리, 발아 및 조직배양 연구를 통해 증식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섬시호가 멸종위기종 등급의 희귀식물로 등재된 주요한 원인은 이 식물이 근생엽만 있는 상태에서는 다년생이지만 꽃줄기가 올라와 꽃을 피우고 나면 대부분 고사하여 지속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종을 유지한다는 것과 자생지가 울릉도라는 한정된 공간에 분포하고 주변식생으로 인한 피압 및 자생지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인위적 남획과 훼손으로 인해 자생지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울릉도는 관광지 개발과 산나물 재배를 목적으로 섬시호 자생지와 같은 해안가 사면을 무분별하게 개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종의 보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속적인 자생지 모니터링을 통해 집단이 유지되고 개체가 증식될 수 있도록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등 자생지 환경을 개선하는 보전전략의 수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까지 섬시호와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면 주로 형태학적 형질에 의한 분류연구 및 증식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DNA 분석을 통한 유전체 및 분자유전학적 연구가 수행된다면 한국특산식물인 섬시호의 기원과 종분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대양섬인 울릉도의 섬생물지리학 및 진화를 연구하고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