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숲길 2011.8 국립수목원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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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에서 들려주는 생물 세상 이야기
산

림생물과 관련한 호기심과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재밌게 들려주는 생물세상 이야기!! 이번 웹진 8월호에서는「번개가 숲과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번째 생물세상 이야기 번개가  숲과 식물에 미치는 영향

번개가 나무를 쓰러뜨리고 죽게 하기도 하지만 숲 전체로 볼 때는 숲을 발전시키는 이로운 자연의 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론은 숲틈(Forest Gap)이라는 개념이 발달하면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이것은 숲을 정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동적 개체로 보는 생태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즉, 숲에는 항상 기존의 생태계나 그 일부를 파괴하려는 외부적 요인인 교란이 있게 되고 그 교란에 의해서 숲은 천이의 단계를 거쳐 진화하는 것이다. 번개도 숲을 교란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번개에 의해서 피해를 받는 나무는 그 숲에서 굵은 나뭇가지와 잎이 뒤엉켜서 두꺼운 녹색 층을 이루고 있는 성숙한 나무들(주로 노령목)이다. 이들이 번개에 의해서 쓰러지게 되면 숲에는 하나의 큰 틈 또는 수직적인 구멍이 생겨 햇빛이 임상에까지 직접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광량은 산림 내 틈이 생기면 가장 직접적으로 변하는 조건이다. 만약 쓰러지지 않더라도 물리적 피해를 받게 되면 수세가 약해져서 병충해의 피해를 받게 되어 쉽게 부식되고 결국은 죽게 될 것이다. 이렇게 번개에 의해 생긴 숲틈에는 광량, 수분 등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나무들 간에는 서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 경쟁에서 이긴 나무가 그 틈의 주인이 된다.
 숲을 교란시키는 번개, 쓰러져있는 나무들, 숲틈(Forest Gap)
숲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자라서 성숙한 개체가 되기 위해 숲틈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수종에 따라서는 이 틈으로 인해 그 숲을 이루는 성숙개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거나 새로운 숲을 구성하는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한동안 굵은 나뭇가지와 잎이 뒤엉켜 두꺼운 녹색층을 우점하여 살아가는 나무가 노령목이 되면 또 다른 교란, 즉 번개나 바람, 태풍 등의 요인에 의해 쓰러지고 그 공간을 다른 나무가 다시 채워 새로운 숲을 형성하는 과정이 순환되면서 천이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번개의 공중방전으로 인한 질소고정을 들 수 있다. 대기 중의 유리질소를 생물체가 생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태의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일이 질소고정이다. 분자를 쪼개 질소원자로 만들어 그를 다시 질소화합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번개가 칠 때 발생하는 거대한 양의 에너지는 질소 분자를 질소원자로 쪼개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시킨다. 이것이 바로 NO₂(이산화질소)다. 이렇게 생성된 질산화물은 빗물로 인해 질산염으로 용해되어 땅 속에 스며든다. 비생물적 질소고정이라 말하는 이것이 바로 번개에 의한 질소고정이다. 이렇게 번개에 의해 일어나는 질소고정은 전체 질소 고정량의 5~8%에 불과하지만, 번개가 공기 중의 질소를 땅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식물성장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번개가 많은 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옛말이 있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책에서 말하는 정확한 수준의 지식이 아닐지라도 번개가 우리 식물에 얼마나 유용하게 작용하는지 직 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번개가 숲과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변화하는 시대처럼 숲의 생태도 조금씩 움직이고 이에 발맞추어 많은 관점도 함께 변하고 있다. 요란하게 빛을 발하는 번개를 보며 숲을 떠올려 보자. 그 순간, 우리의 인식은 번개를 맞은 듯 번쩍 새로워질 것이다.

천이

식물군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천이라고 한다. 몇몇 단계를 거치며 변화하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군락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극상에 이른다. 천이에는 생물상이 전혀 생육한 적이 없는 암석지, 사막, 호수 등에 식물이 이주하면서 시작되는 1차 천이와 식물 군집이 존재하던 곳이 외부 교란에 의해 기존의 식생이 파괴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2차 천이로 나눌 수 있다. 광릉숲의 경우 자연적으로 천이되어 현재는 천이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서어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극상림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숲은 이차 천이림이다.